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리스크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것이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애초 구상했던 단계적 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각) 트럼프 2.0 시대 도래와 함께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의 정국 불안으로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진로가 더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연준이 예상보다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준이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세, 노동 시장 회복력,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 등으로 금리를 기대한 만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게다가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당선인 집권 2기의 관세와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등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다시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4차례 정도로 예상했던 지난 9월과 달리 이번에는 두 차례 정도만 내릴 것으로 예고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예측(SEP)을 통해 내년 말 기준 금리(중간값)를 기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연준이 0.25%씩 금리를 내리면 9월 기준으로는 내년에 4차례 인하가 예상됐으나 이번에는 2차례로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연준은 2026년 말의 기준 금리는 3.4%(9월 2.9%)로, 2027년 말은 3.1%(9월 2.9%)로 예상하며 9월보다 각각 상향했다.
캐나다와 유로존 등은 과감한 금리 인하로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11일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면서 다섯 번째로 금리를 내렸다. 캐나다은행은 기준 금리인 익일물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75%에서 3.25%로 0.50% 포인트 낮췄다. 캐나다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는 지난 6월, 7월, 9월. 10월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난 6∼9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으나 지난 10월에 이어 이달까지 두 번 연속으로 인하 폭을 0.50% 포인트로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3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ECB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예금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기준 금리를 연 3.40%에서 3.15%로 각각 0.25% 포인트 내렸다. 한계 대출금리도 연 3.65%에서 3.40%로 인하했다. ECB는 이들 세 가지 정책금리 중 예금금리를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짠다.
ECB는 올해 6월 정책금리를 0.25% 포인트씩 내리며 1년 11개월 만에 통화 정책 방향을 전환한 뒤 7월에는 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9월과 10월에 이어 이날까지 세 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올해 인하 폭은 이날까지 100bp(1bp=0.01%포인트)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