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관세 인상 정책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둔화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계속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 미국보다 유로존에 더 큰 타격을 입혔고 유럽과 중국 등 교역 상대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유럽 대륙의 성장에 추가적인 위험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달러 강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는 견고한 성장세를 회복했지만, 유로존 경제는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위기까지 가세하면서 계속 고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모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ECB의 금리 인하 보폭이 훨씬 빠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경제는 날이 갈수록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유럽이 미국보다 더 금리 인하를 열망할 것이며, 이는 당분간 더 큰 금리 격차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ECB의 주요 대출 금리 대비 1%포인트 이상 높은 가운데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올해 5% 이상 상승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내년에 미국과 유로존의 기준금리 격차가 2%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8일 연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ECB는 내년에 이보다 훨씬 더 많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 통화, 5년 연속 하락하나
아시아 통화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으로 계속 역풍을 맞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적대적인 무역 정책에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많이 노출됐다“면서 이 지역 통화들이 내년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통화 움직임을 나타내는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는 지난 2020년 4% 상승한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달러 지수는 2021년 1.1% 하락한 것을 비롯해 2022년에는 6.8% 급락했고 올해도 3% 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체는 "환율 변동, 기업 이익 위축, 내년 성장 둔화 등이 아시아 지역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소재 웰스파고의 브렌던 맥케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이자 외환 전략가는 "통화정책이 내년 달러 강세의 주요 원천이 될 것"이라며 달러화가 내년에 G10(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약 5~6%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다만 일각에서는 내년 중반 이후 달러화가 마냥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8년 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에도 달러화는 출범 직후 급등한 뒤 연간 하락세로 돌아서며 사상 최대 연간 하락 폭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유럽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하면서 금리 격차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 12%나 급등했다.
모건스탠리의 금리 전략가들은 내년 미국 국채 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랫동안 달러화 강세 요인이 됐던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달러화가 하락 반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