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멕시코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위협에도 멕시코 경제가 ‘니어쇼어링’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성장 전망이 밝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28일(현지시각) 밝혔다. 에밀리오 로마노 BofA 멕시코 최고 책임자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나 니어쇼어링(nearshoring)의 추세가 달라질 수는 없다”면서 “북미 지역 2위의 경제 대국인 멕시코가 북미 경제 통합의 과정에서 배제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렌드쇼어링은 동맹·우방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을 뜻한다. '프렌드'는 믿을 수 있는 국가를 말하고, ‘쇼어링’은 생산 기반을 구축하거나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렌드쇼어링은 팬데믹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협받고, 그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음에 따라 주목을 받았다.
니어쇼어링은 기업이 최종 소비 시장과 가까운 곳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전략이다. 과거 생산비를 절감하려고 중국, 인도,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오프쇼어링’ 이후에 이 공장들을 다시 자국으로 가져오는 ‘리쇼어링’이 있었다. 니어쇼어링은 그 중간 전략이다. 멕시코는 트럼프 1기였던 2017~2018년 대중 무역 제재가 본격화면서 2020년 이후 니어쇼어링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8일 정례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중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설치하겠다는 확실한 프로젝트 제안을 확인한 바 없다"며 "중국 전기차와 관련해 확정된 투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멕시코 진출 추진에 맞춰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산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을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관세는 특히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들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월 20일 내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로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가 미국·캐나다와 협정(USMCA)을 맺고 있기에 교역을 하면서 이들 국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취한 접근 방식이다”고 강조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내용에 대해 "관세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이주와 마약 펜타닐 밀매 등 현안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양국 사이에 좋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고, 잠재적으로 관세 전쟁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멕시코가 니어쇼어링의 핵심 국가라는 평가를 받음에 따라 삼성, LG, 현대차그룹, 포스코, CJ 등 대기업이 기존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규 공장을 추가하면서 투자를 확대했다. 한국의 멕시코에 대한 투자는 2020년 1100만 달러에서 2022년 3억 9600만 달러로 급증했다. 현재 약 2000여개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 진출해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