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가 멕시코에 관세를 물리면 보복하겠다고 다짐해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트럼프가 최우선 정책으로 관세와 불법 이민 추방을 밀어붙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 무역전쟁과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PCE 근원물가지수 0.9% 상승”
골드만 수석 이코노미스트 잰 해치어스는 26일 분석 노트에서 트럼프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서 밝힌 내용이 현실화하면 미 인플레이션이 1% 가까이 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 밤 올린 글에서 중국 제품에 물리는 관세율을 10%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현재 무관세인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도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다짐했다. 두 나라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과 마약을 통제하지 못하면 자신이 취임 첫날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협박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시절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를 폐기하고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3국간에 새로운 무역협정 체제를 출범시켰다.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무역협정이다.
이 협정을 통해 3국은 무관세로 상품을 교역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 이민과 마약이 미국에 유입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며 확실한 대응이 없다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골드만은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 수입품에 트럼프가 실제로 제시한 관세율을 적용하게 되면 미 인플레이션이 요동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 3개국이 전체 미 수입의 4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해치어스는 분석 노트에서 트럼프 제안이 현실화하면 수입 물가가 크게 뛰면서 미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순 계산으로 유효 관세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개인소비지출(PCE) 근원물가지수가 0.1% 오른다면서 트럼프가 이번에 제시한 기준이 적용되면 미 PCE 근원물가지수는 0.9%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PCE 근원물가지수는 PCE 물가지수에서 월별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지수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다.
최근 이 지수는 연준 목표치인 2%에서 다시 멀어지고 있다.
27일 공개될 10월 PCE 근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2.8%로 9월에 기록한 2.7%보다 소폭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역전쟁과 제 발등 찍기
무역전쟁 전운도 감돌고 있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26일 일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멕시코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면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셰인바움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에게 보내는 서한을 낭독하며 결의를 다졌다.
그는 트럼프가 불법 이민과 마약의 미국내 유입을 막겠다며 멕시코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협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셰인바움은 “(불법) 이민이나 미국내 마약 소비는 위협이나 관세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만약 미국이 그 대응으로 관세를 들고 나오면 멕시코도 관세로 맞설 것이고, 이에 대응해 미국이 다시 관세를 물리면 멕시코도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면서 서로 간에 관세 보복전이라는 소모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인바움은 이 싸움은 양국에 공동 이해가 걸린 기업들이 위험에 빠질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 결국 미국과 멕시코 양국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의 주요 대미 수출 업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는 지난해 미국에 4901억 달러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와 부품 수출액이 1300억 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한다.
특히 대미 수출 1~3위 업체는 모두 미국계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순이었다. 트럼프 관세가 미 빅3 자동차 업체들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셰인바움은 이들 업체에 대한 관세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멕시코 모두에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