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가 19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부터 환경규제 철폐, 화석연료 산업 부활까지, 급진적 정책 전환이 예고되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새로운 환경정책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다. 이는 미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2005년 대비 50~52% 감축) 포기를 의미한다.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 지원도 중단된다. 둘째, 환경규제 대폭 완화다. 발전소 배출기준과 메탄규제가 철폐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완화된다. 셋째, 화석연료 산업 부활이다. 연방 소유 토지 시추 확대와 청정에너지 보조금 철회가 핵심이다.
이러한 정책 전환의 파급효과는 광범위하다. EPA 분석에 따르면 발전소 규제 완화만으로도 2035년까지 최대 12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알래스카 북극권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 160만 에이커 개발은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2047년까지 예상되는 탄소감축량 13억8000만톤(휘발유차 3억2800만대 연간 배출량 해당)도 달성이 불가능해진다.
글로벌 기후협력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이탈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이 약화될 수 있다. 이미 아르헨티나가 파리협약 탈퇴를 검토 중이며, 중국과 인도 등도 자국의 감축 의무 재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엑슨모빌, 셰브론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은 이미 수립한 탄소중립 전략과 충돌을 우려한다. 반면 중소 석유·가스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5년 미국 내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가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SG 투자 트렌드도 약화되면서 글로벌 자본 흐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 산업계도 직격탄이 우려된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 설비 등 친환경 제품 수출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보조금 철회는 이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킨다. 반면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소재 산업은 규제 완화로 단기적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정책 전환이 실현되기까지는 난관이 있다. 파리협약 탈퇴는 1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고, 주요 정책 변경에는 의회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주요 주정부들이 독자적인 환경정책을 고수할 경우, 연방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제한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환경정책 전환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중대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단기적 충격에 대비하면서도,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장기적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게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