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정부가 출범하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벌써부터 사재기 경쟁에 나섰다고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현재 자동차, 스킨케어, 미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재고를 비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에서 “관세는 사전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말이고, 사랑이나 존경보다도 아름답다”고 했다. 그는 ‘관세 맨’을 자처하면서 관세 수입으로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메우려 한다. 그는 특히 관세를 통해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된 세계화를 중단하고, 제조업체들의 미국 회귀를 촉진하려고 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기업들이 관세 부담으로 제품 가격을 올려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게 확실하다고 짚었다. 오토존,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등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이행되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에어버스, 혼다, 퓨마 등 글로벌 기업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미칠 파장을 긴급히 점검하고 있다.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는 의류, 화장품, 미용 제품 등의 사재기 관련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 당선인 정부 측이 주장하는 것보다 자동차 부품, 의류, 전자제품 등의 가격이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 소비자들은 장기 보관이 가능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냉동 보관이 가능한 육류와 건조식품 등이 그 대표적인 품목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트럼프 당선인 정부가 관세 카드를 동원하면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도 보복 조처를 할 것이고, 이렇게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 제품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한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한 가계당 연간 1500달러가량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면 2025년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추산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도 재고 쌓기에 나섰다. 음식점 등이 중국산 일회용 컵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비즈니스에 필요한 물품을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창고에 쌓아 놓기도 한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조너선 골드 전국소매연맹(NRF) 부회장은 이 매체에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시행될지 불확실하지만, 기업이나 소비자가 그 충격에 대비해 미리 물건을 확보하는 것은 나쁜 전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1기 당시인 2018년에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겼고, 이에 따라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사태에 직면했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 제안한 정책을 시행하면 그 규모와 범위에 있어 영향을 받지 않는 분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 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3조 달러 규모의 제품에 관세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득보다 손실이 크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 미국 제조업체와 다른 기업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상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대로 ‘보편 관세’를 도입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아 고금리 장기화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거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가 각국 중앙은행이 현재의 고금리 수준을 장기간 동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