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원래 '싱글데이'는 1993년 중국 난징 대학교에서 시작된 '학사 데이'에서 유래했다. 발렌타인데이에 대항해 싱글들이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자신을 축하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2009년 알리바바가 이 날을 대대적인 할인 행사와 접목시키면서 온라인 쇼핑 축제로 변모했다.
이제 싱글데이는 몇 주간에 걸쳐 진행되는 쇼핑 기간으로 확대되었다. 올해는 10월 14일에 시작해 11월 11일에 정점을 찍으며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싱글데이, 얼마나 돈을 쓰나?
데이터 제공업체 신툰에 따르면, 작년 싱글데이 기간 동안 판매된 상품의 총 가치는 1조 1,400억 위안(약 1,564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사이버 먼데이까지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4배 이상 많은 규모다.
하지만 싱글데이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작년 매출 증가율은 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내 다른 쇼핑 축제가 늘어나면서 싱글데이의 참신함이 줄어든 데다, 경기 둔화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저가 경쟁 심화…수익성은 '빨간불'
하지만 공격적인 할인 경쟁은 플랫폼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전문가 루 정왕은 "판매자들이 총 상품 가치보다 이익에 집중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싼 가격만 판매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쇼핑객, 이제 '가성비' 따진다
과거 싱글데이에는 가전제품, 가구 등 고가 품목의 판매량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생필품, 저가 상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에는 휴지, 손 세정제, 라면, 반려동물 사료 등 필수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는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월 말 베인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국 쇼핑객의 49%가 싱글데이에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21년(76%)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응답자의 약 4분의 3은 작년과 같은 금액 또는 그 이하를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싱글데이 vs 블랙 프라이데이
싱글데이와 블랙 프라이데이는 모두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를 촉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도 존재한다.
싱글데이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 이벤트다. 다만 싱글데이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블랙 프라이데이는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싱글데이에서는 생필품, 저가 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은 반면, 블랙 프라이데이에서는 스마트워치, 장난감, 비디오 게임 등 고가 품목의 판매량이 많다.
글로벌 기업, 싱글데이 특수 노린다
나이키, 에스티 로더, P&G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싱글데이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티몰, 징둥닷컴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하여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레알 CEO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는 "싱글데이 기간이 길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 이벤트에서 우리 브랜드를 상위 순위에 올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글데이는 중국 소비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경기 둔화, 소비 심리 위축, 저가 경쟁 심화 등의 어려움 속에서 싱글데이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