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움직임이 예상과 다르지 않아 시장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 물밑에서 인플레이션이 부글부글 끓고 있고, 여기에 내년에 관세가 더해지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고삐가 풀리면 뉴욕 주식 시장 상승장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는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또 시중 금리를 좌우하는 국채 수익률이 뛰면서 주식 시장이 좌초할 수 있다.
끈질긴 인플레이션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각) 미국의 10월 CPI가 전월비 0.2%, 전년동월비 2.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월비 상승률은 9월과 같았지만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0.2%포인트 높았다.
다만 전월비, 전년동월비 모두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수준과 다르지 않았다.
월별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그러나 9월에 비해서는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근원 CPI는 전월비로는 0.3%, 전년동월비로는 3.3%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에 새 변수가 없다는 점에 안도한 시장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다우존스 산업평균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각각 4만4000, 60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리서치 업체 FWD본즈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지표의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시장에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씨앗이 그 안에 숨어 있다고 경고했다.
재앙의 레시피
럽키는 이날 분석 노트에서 “미 경제는 둔화하지 않고 있고, 근원 인플레이션도 식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새 행정부의 수입품 관세 위협이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재앙의 레시피”라면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핵심 상품 가격의 심장 박동을 다시 일깨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근원 CPI는 지난해 11월 4%이던 것이 지난 7월까지 꾸준히 하락하며 연준 목표치 2%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시장의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8월 전년동월비 상승률이 7월과 같은 3.2%를 기록하면서 이상 조짐을 보이더니 9월과 10월에는 다시 상승했다.
9월에 3.3%로 오른 전년동월비 근원 CPI 상승률이 10월에도 3.3%를 유지하며 떨어지지 않았다.
트럼프 관세와 감세
CNBC에 따르면 럽키는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전월비 근원 CPI 상승률이 석 달을 내리 0.3%를 기록한 것은 연준 정책 담당자들의 귀에 음악처럼 들릴 수 없다”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고삐 잡기)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트럼프가 추진하는 전 품목 관세와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뛰게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벼르고 있다.
감세는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미 경제를 과열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 경기 과열은 인플레이션 레시피이다.
이를 법으로 뒷받침할 의회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원은 공화당이 이미 장악했고, 하원 역시 공화당은 이미 216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되기 위한 필요 의석수 218석에 바싹 다가섰다.
금리 인하 전망은 지속
일부에서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17~18일 0.25%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거의 기정 사실로 보고 있다.
CPI 발표 하루 전인 12일 58.7%였던 확률이 이날 82.3%로 뛰었다.
다만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4.25~4.50%로 내린 뒤 내년 1월에는 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은 같은 기간 53.5%에서 60.2%로 높아졌다.
대신 1월을 건너 뛰고 3월에 4.0~4.25%로 0.25%포인트 더 낮출 것이란 전망은 36.2%에서 46.7%로 높아졌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