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규제 완화와 전기차 시장 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을 대폭 수정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2027~2032년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 캘리포니아주의 독자적 환경 기준 철회,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 등이 예상된다.
이 같은 규제 완화와 보조금 축소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여러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가 축소되면 전기차의 실구매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가격에 민감한 중산층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위축시킬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전환 전략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초 계획한 전기차 생산 확대 일정을 조정하거나,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포드는 이미 최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일부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은 7.6%에 불과한데, 환경 규제 완화로 내연기관차 시장 지배력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규제 완화가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리비안, 루시드 등 신생 전기차 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엄격한 환경 규제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의 공급망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부품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해왔는데, 시장 성장이 지연될 경우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전기차 관련 기술발전 속도도 늦출 수 있는 요인이 된다.
◇ 한국 기업, 미국 전략 수정 불가피
한국 자동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은 미국 시장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조지아 공장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생산 계획의 세부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계획한 조지아 공장의 단계적 증설 일정을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제네시스', 'EV6' 등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에 더욱 집중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모비스, 만도 등 주요 부품사들도 전기차 부품 생산라인의 증설 시기를 탄력운영해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들의 경우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IRA 핵심인 배터리 공급망 미국화 정책은 중국 견제라는 측면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 기조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CATL, BYD 등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내 생산기지 구축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환경규제 완화에도 전기차 전환 추세 지속
트럼프의 EPA 수장 지명은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단기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장기 전기차 전환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강력한 환경 규제, 전기차 기술 발전과 원가 절감, 소비자 선호도 변화 등이 주요 동인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 EU, 중국 등 다른 시장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테슬라와 같이 이미 수익성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 확보와 기술력 향상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이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