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럼프 당선인의 특별한 관계가 테슬라 주가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공매도 세력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투자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가 S3 파트너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테슬라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헤지펀드들은 최소 52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 분석업체 헤이즐트리(Hazeltree)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개월 동안 테슬라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한 헤지펀드가 급증했으며, 이는 머스크가 지난 7월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시점과 일치한다.
머스크 '정치적 베팅'… 테슬라 주가 급등 이끌어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 관료주의와 낭비를 줄이는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머스크를 '비용 절감 장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화답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30% 가까이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머스크의 정치적 베팅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헤이즐트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6일 기준 테슬라를 순매도하고 있는 헤지펀드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이는 7월 초 17%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반면, 테슬라를 순매수하고 있는 헤지펀드는 8%에 그쳤다.
공매도 세력 '쓴맛'… 전략 수정 불가피
테슬라 주가 급등으로 공매도 세력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클린 에너지 트랜지션(Clean Energy Transition)의 페르 레칸데르 CEO는 "선거 전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지만, 주가 급등으로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포지션을 줄이는 데 성공해 손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트럼프 효과를 과소평가했다"고 인정했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에드워드 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이 테슬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머스크는 기술 커뮤니티와 워싱턴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효과' 지속될까… 장기 전망은 '물음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테슬라 주가 급등의 상당 부분이 '트럼프 효과'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레칸데르 CEO는 "테슬라 주가의 약 3분의 1은 트럼프 효과"라며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테슬라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테슬라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기후 정책이 테슬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레칸데르 CEO는 "1년 후에는 테슬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청정 에너지 인센티브 삭감 정책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이후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주식은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청정 에너지 인센티브를 삭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테슬라의 미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머스크 CEO의 정치적 역량에 달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테슬라의 과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