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새벽 34대 이상의 드론을 동원해 모스크바 도심과 외곽 지역을 공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방공망을 통해 드론 대부분을 격추했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드론은 주택가와 도로 등에 떨어져 최소 5명이 부상을 입었고, 모스크바 주요 공항 3곳의 항공편이 일시 중단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모스크바 시민들 '충격'… 전쟁 불안감 확산
이번 공격은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전쟁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 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모스크바는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이번 공격으로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깨지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을 "키이우 정권의 테러 행위"라고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 시도가 있었지만, 러시아군의 효과적인 방어 시스템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의 이러한 만행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결단' 내릴까… 전쟁 향방은?
이번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향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 군사 작전'이라고 규정하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모스크바 시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푸틴 대통령이 강경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위한 대규모 공세를 예고했으며, 이번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후방을 교란하고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미국 새 행정부 '중재' 전쟁 종식 '실마리' 찾을 수 있을까
한편, 이번 사태는 내년 1월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한 전쟁 종식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축소하고, 러시아에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의 보복 수위와 국제사회의 대응,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역할에 따라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