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지난달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했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두고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한 지 일주일만이다.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추진을 철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회사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대해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회사의 정책 기조 유지, 시장 투자자들의 우려와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대한 정정 요구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현시점에서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공모를 통해 주주 기반을 확대하고 공개매수로 적어진 주식 유통 물량 늘려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주주 돈으로 공개매수에 쓰인 빚을 갚는다'라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감독원도 6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힘을 실었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는 예견된 결과였다. 업계는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시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카드로서의 성격이 더 크다고 봤다. 유상증자를 통해 유통 주식 수를 늘려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율을 낮춰 지분 차이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고려아연도 12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유상증자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고려아연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협력사, 시장의 이해관계자, 국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또한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상증자 철회 관련 입장과 향후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응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