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와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3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개매수 기간 중 이뤄진 유상증자 추진의 적법성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가 차입을 통한 자사주 취득과 유상증자를 통한 상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는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중대한 사항을 누락한 것"이라며 "부정거래 소지가 다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지난 11일 제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진행한 점 등을 지적하며 허위공시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도 착수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373만여 주를 주당 67만 원에 신규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조달된 자금 중 2조3000억 원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지분율 우위를 점하기 위해 회사가 돈을 빌리고, 빚은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MBK파트너스는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고려아연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도 필요하면 계속하고, 심사, 조사, 검사, 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