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도시 지역에서 단독 주택을 사려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연간 가계소득이 10만7700달러(약 1억5000만원)가 넘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CNN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보고서를 인용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9년 당시의 5만6800달러보다 2배 이상 올라간 것이라고 이 방송이 전했다.
CNN은 미국 가구 중에서 가계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 비율은 전체의 3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3분기 당시에는 미국 가구의 59%가 신규 주택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었으나 5년이 지난 현재 이 비율이 36%로 감소했다.
미국의 주택 가격 상승에는 코로나 팬데믹이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널리 유행하면서 미국인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좀 더 큰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수요 증가로 집값이 뛰었고, 팬데믹 이후에도 이런 추세에 큰 변화가 없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 따라 주택을 살 수 있는 연소득에는 차이가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연간 가계소득이 46만1000달러(약 6억5000만원)가 넘어야 이 지역 주택 중간 가격인 189만 달러(약 26억6000만원)의 집을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등도 주택 구매가 어려운 대표적인 도시로 꼽혔다. 미국 중서부의 클리블랜드, 루이스빌, 디트로이트, 세인트루이스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연간 소득이 6만4600~7만5300달러(약 1억원) 정도이면 주택을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주택 구매 능력을 월 단위 가계소득 중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월간 상환금이 28%를 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미국인의 주택 구매 능력이 하락한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모기지 금리 상승이 꼽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9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고, 다시 지난 7일 0.25%포인트를 추가로 내렸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되레 상승하고 있다.
CNN은 “2019년 3분기 모기지 금리가 3.7%였으나 지난해 4분기에 7.3%로 2배 이상 뛰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책 담보대출업체 프레디맥은 지난주 미국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금리가 6.7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6.72%에서 0.07%포인트 상승한 것이고, 올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 추세를 보여 향후 물가상승률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예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10월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 노동부는 10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9월 당시 2.4%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소비자 물가가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둔화세를 멈추고 반등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지수의 최근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지난 7월 이후 4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로 9월 상승률과 같았다.
지난 8월 미국 주요 도시들의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인덱스는 지난 8월 미국의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20개 도시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5.2%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도시별로는 뉴욕 집값이 8.1%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라스베이거스(7.3%↑), 시카고(7.2%↑)가 뒤를 따랐다. 콜로라도주 덴버는 집값 상승률이 전년 대비 0.7%로 주요 20개 도시 중 가장 낮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