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파트 건설 붐이 한창이다. 미국에서는 교외 지역의 단독 주택이 전형적인 주거 모델이었으나 최근 집값과 월세 급등에 따른 주거난 심화로 인해 아파트 신축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올해 아파트 신축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2024년은 아파트의 해”라고 평가했다. 아파트 공급이 많이 늘어나면서 미국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주거 모델이 다양해졌고, 이에 따라 주거비를 줄이는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전했다.
미국에서 아파트는 개인 소유가 아니라 기업이나 법인이 소유하면서 월세를 받고 임대를 한다. 미국에서 개인이 소유하는 아파트 형태의 집은 콘도로 불린다.
렌트카페(Rent Cafe)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신축된 아파트는 모두 51만 8108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가 증가했고, 2022년에 비해 30%가 급증했다.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월세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전했다. 월세가 내려가면 주택 매입 수요가 감소해 주택 가격도 하락한다.
미국에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남부 지역을 뜻하는 선벨트(Sunbelt)로 인구 이동이 이뤄졌다. 선벨트의 주요 도시는 유입 인구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아파트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있다. 텍사스주의 댈러스, 오스틴을 비롯한 대도시의 인구가 지난 몇 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올해 신축 아파트 숫자가 가장 많은 주는 뉴욕시이고, 그다음으로 댈러스와 오스틴이 각각 2, 3위에 올랐다.
올해 댈러스와 오스틴에 지어진 아파트는 미국 전국의 약 10%를 차지했다. 아파트 공급 확대로 이 두 도시의 주택 월세가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중개업체 질로우에 따르면 오스틴의 평균 월세는 1년 전에 비해 8.4%가 하락했다.
그렇지만, 아파트 공급 확대로 월세와 주거비 하락에는 한계가 올 수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적했다. 아파트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게 되면 공급이 줄면서 다시 월세가 오를 수 있다.
미국의 주택 가격이 7월에 또 한 번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7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상승 속도는 둔화했다. 7월 주택가격지수의 연간 상승세는 전월치인 5.5%에 비해 낮아졌다. 미국의 주요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8% 올랐다. 이것 역시 6월 상승률인 7.4%에서 낮아진 것이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택 시장이 2030년에 가서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 삭스는 현재 미국인의 주택 구매력(housing affordability)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오는 2030년 이전에는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가 돼야 주택 가격 상승이 둔화하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며 소득이 증가해 주택을 ‘정상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이 은행이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 모두의 주거 비용이 올랐다. 임차인의 평균 주거비는 1354달러(약 177만원)에서 1406달러(약 184만원)로 상승했다고, 이는 주택 임대료가 3.8% 상승했음을 뜻한다.
미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 주택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상환 또는 기타 주거비에 지출하는 가구는 ‘비용 부담을 받는(cost-burdened)’ 가구로 간주한다. 미국에서 2100만가구 이상이 이러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