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선주 "전기시스템 설계 결함" 주장…업계 "보증기간 만료로 책임 한계" 전망"

이번 소송은 지난해 3월 26일 새벽 볼티모어항을 출항한 Dali호가 전력 손실로 인해 조향 능력을 상실하며 교량에 충돌, 6명의 건설 노동자가 사망한 참사와 관련된 법적 책임을 둘러싼 극적인 전환점이다. 9,962TEU급 컨테이너선인 달리호는 HD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해 인도한 선박이다.
◇ 사고 원인과 기술적 분석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에 따르면 달리호는 볼티모어항 출항 전부터 전력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제니퍼 호맨디 NTSB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상원 위원회에서 "조사관들이 선박의 회로 차단기를 조사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박의 전기시스템 결함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호맨디 위원장은 "선박의 조명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에서 알 수 있듯이 선박은 충돌 직전에 전력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도 엔지니어를 파견해 조사에 협력했으며, 케이블이 느슨해지면서 정전이 발생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도출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제기한 소송에서 "달리호의 전기 및 기계 시스템이 부적절하게 유지 보수됐고, 안전 규정과 국제 해운 규범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변압기와 그 회로 및 차단기가 오랫동안 심한 진동의 영향을 받았으며, 이는 변압기와 전기 고장의 잘 알려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법적 책임 논란과 업계 전망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법적 책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통상 선박 및 엔진 보증기간이 인도 후 1년이라는 점에서 2015년 인도된 해당 선박은 조선소의 손을 떠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보증기간이 끝났으며 10년이라는 선령을 고려할 때 HD현대중공업이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선박의 관리 주체인 선주, 운항을 요구한 용선주, 검사 기관인 선급, 항만청 등 다양한 기관의 관리 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리멸렬한 분쟁이 시작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 진행 중인 소송 현황
한편 현재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해 총 46건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9월 그레이스 오션과 시너지 마린을 상대로 1억 300만 달러(약 18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양사는 같은 해 10월 1억 200만 달러(약 1410억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항로 정리 비용에 한정된 것으로, 교량 재건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메릴랜드주는 교량 재건에 17억 달러(약 2조 3600억 원)에서 19억 달러(약 2조 64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레이스 오션과 시너지 마린은 여전히 자신들의 책임을 4370만 달러(약 607억 원)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으며,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품결함 소송은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의 복잡한 법적 분쟁 구조를 보여준다. 비록 선박 건조사로서 일정한 조사 협력 의무는 있지만, 보증기간 만료와 복잡한 책임 분산 구조를 고려할 때 HD현대중공업이 실질적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