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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UC 버클리 "억만장자 실효세율 24%…핵심은 법인세"

바이든 행정부 '8.2%' 주장은 법인세 제외한 착시…실제 세율 3배 높아
'부자 증세' 명분 약화되나…"법인세는 성장 저해하는 양날의 검" 지적도
일반 임금 소득자에 비해 초고액 자산가들은 비상장 기업의 이익과 상장 기업의 주식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반 임금 소득자에 비해 초고액 자산가들은 비상장 기업의 이익과 상장 기업의 주식으로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최상위 부유층의 납세 실태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들이 실질 부담하는 세금의 핵심이 개인 소득세가 아닌 '법인세'라는 사실을 밝힌 심층 분석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부자 증세' 담론의 이면에 가려져 있던 법인세의 역할을 짚어, 조세 정책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의 에마뉘엘 사에즈 교수 연구팀은 최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익명 처리된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포브스 선정 미국 부자 400명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낸 세금 총액의 약 40%가 법인세에서 비롯됐다. 더 구체적으로 이들이 낸 전체 세금 가운데 법인세의 비중은 37%였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소득세와 급여세 등이 채웠다.

사에즈 교수는 "법인세는 사실상 억만장자들이 원천에서 내는 세금"이라며 "따라서 여전히 그들에게 주요한 세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추산한 실효세율 23.8%는, 바이든 행정부가 "억만장자들이 평균 8.2%의 세율만 부담한다"고 주장하며 증세의 근거로 삼았던 수치와 큰 차이를 보인다. 기존 주장은 법인세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시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 개인소득세에 안 잡히는 '기업 이익'

일반 임금 소득자와 달리 초고액 자산가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상장 기업이나 비상장 기업의 이익과 주식에서 얻는다. 이들은 기업이 이익을 내면 해당 기업을 통해 법인세를 먼저 내고, 현행 세법상 보유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거나 배당을 받기 전까지는 개인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즉, 이들의 실질 조세 부담을 측정하려면 기업이 낸 법인세를 '간접 부담'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 방법론에 대한 다른 생각도 있다. 연구팀은 법인세 부담이 온전히 주주에게 돌아간다고 가정했지만, 통상 재무부나 학계에서는 그 부담이 노동자의 임금 하락 등을 통해 일부 전가되거나 분산된다고 본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분석 결과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이들의 실효세율 23.8%는 전체 인구 평균인 30%나, 근로소득 비중이 높은 다른 고소득층의 45%보다 여전히 낮다. 한편, 이들의 해마다 내는 자선 기부액은 소득의 11.4%에 이르렀지만, 이 기부액은 정부에 내는 세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 '부유세' 논쟁 새 국면…법인세는 '양날의 검'

이런 분석은 앞으로 조세 정책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실현 자본 이득 과세'나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부유세' 도입 논의는 초부유층의 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했지만, 법인세까지 생각하면 이들이 이미 상당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강력한 반론에 직면한다.

하지만 법인세는 양날의 검이다. 보수 성향의 미국 기업 연구소(AEI)의 앨릭스 브릴 선임 연구원은 "노동 소득과 자본 소득에 대한 최적의 세율은 같지 않다"며, "멀리 보면 경제 성장을 우선한다면, 자본 소득에 임금 소득보다 낮은 세금을 매기는 시스템을 선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 동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법인세는 억만장자뿐 아니라 401(k)와 같은 퇴직연금에 가입한 평범한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에즈 교수 역시 법인세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투박한 수단"이라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효과 높은 과세와 경제 부작용 최소화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정책 당국의 과제로 떠오른다.
이번 연구는 명목 세율 뒤에 가려진 실질 세 부담의 차이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앞으로 조SE 정책 논의에서 법인세의 역할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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