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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수율 60% 벽 넘었다"…삼성 파운드리, 테슬라 이어 '1400억 수주 성공'

美 스타트업 '차볼라이트' OPU 수주, 4나노 공정 안정화로 고객사 신뢰 회복
HBM4·엑시노스 2600 자체 생산 시동…'메모리-파운드리' 시너지로 반격 나선다
한동안 수율 부진으로 고전했던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4나노 공정 수율을 60~70%대로 안정화하는 데 성공하며 고객사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와 미국 AI 스타트업 '차볼라이트'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실적 턴어라운드(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한동안 수율 부진으로 고전했던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4나노 공정 수율을 60~70%대로 안정화하는 데 성공하며 고객사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와 미국 AI 스타트업 '차볼라이트'의 차세대 칩 생산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실적 턴어라운드(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그동안 낮은 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고전하며 대형 고객사 이탈의 아픔을 겪었던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완연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마의 구간'으로 여겨지던 4나노미터(nm) 공정 수율이 안정화 궤도에 진입하면서, 테슬라에 이어 미국 유망 AI(인공지능) 반도체 스타트업의 대규모 수주를 따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맞물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전체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견인할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각)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외신 테크넷북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미국 기반의 AI 스타트업 '차볼라이트 스케일러블 인텔리전스(Chavolite Scalable Intelligence, 이하 차볼라이트)'와 차세대 AI 칩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선주문 물량만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차세대 'OPU' 선점, 기술력 입증


삼성전자가 이번에 수주한 칩은 차볼라이트가 설계한 'OPU(Optical Processing Unit·광학 처리 장치)'다. OPU는 기존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그리고 메모리 구조를 하나의 칩에 통합한 차세대 AI 반도체다. 데이터 전송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고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 칩을 자사의 주력인 4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가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삼성의 미세공정 기술력이 차세대 AI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글로벌 시장에 입증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신생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들은 칩 성능 최적화를 위해 파운드리와의 긴밀한 기술 협력이 필수적인데, 차볼라이트가 삼성을 선택했다는 것은 삼성의 공정 최적화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방증이다.

'아킬레스건' 수율, 60~70%로 안정화


이번 대형 계약 성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수율 안정화'다.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는 4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이 경쟁사인 TSMC로 이탈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의 4나노 전공정 수율은 60%에서 70% 사이로 안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수율 60%를 넘어서면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로 본다. 즉, 삼성전자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고 고객사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수준의 생산 능력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수율 개선 효과는 지난 10월 테슬라(Tesla)의 자율주행 칩 'HW 5.0(AI5)' 수주로 이미 가시화된 바 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테슬라에 이어 차볼라이트까지 고객사로 확보함에 따라, 삼성 파운드리를 향한 시장의 의구심은 '신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HBM4와 엑시노스…'원팀 삼성' 시너지


삼성 파운드리의 반격은 내년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세계 1위 메모리 기술력과 파운드리 공정의 시너지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4'의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HBM4부터는 메모리 성능 극대화를 위해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이 도입되는데,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경쟁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메모리 사업부의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의 독점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이 칩은 2026년 출시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칩 물량 확보는 파운드리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분수령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4나노 공정의 수율 안정화를 발판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재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TSMC가 독주하고 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수율'이라는 가장 큰 리스크를 해소함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의 '멀티 벤더(Multi-vendor)' 전략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칩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현 상황은 삼성에게 기회다. 차볼라이트와 같은 신흥 강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고, HBM4와 같은 융복합 제품에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만년 2등' 꼬리표를 떼고 TSMC를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400억 원 규모의 이번 잭팟은 삼성 파운드리 부활 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하다.

[Editor's Note]


이번 기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단순히 주문을 하나 더 받았다는 사실을 넘어, 그동안 가장 큰 약점이었던 '수율' 문제를 극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4나노 공정 수율 60~70% 달성은 고객사들이 다시 삼성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만드는 '초대장'과 같습니다. OPU라는 새로운 아키텍처의 칩을 수주한 것 또한 삼성의 공정 유연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내년 HBM4 생산과 맞물려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시너지가 어떻게 발휘될지, 이것이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에 어떤 모멘텀으로 작용할지 주목해야 할 시점입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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