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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HBM4로 '반전 드라마' 쓴다…젠슨 황의 '루빈' 탑승 임박

1c D램·4나노 파운드리 '초격차' 승부수…압도적 성능으로 수율 난제 극복
구글·아마존 러브콜에 '실적 청신호'…2026년 '100조 영업이익' 정조준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이달 중 엔비디아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이번 HBM4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증명하고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준비를 마치고 이달 중 엔비디아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이번 HBM4를 통해 기술 초격차를 증명하고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분야에서 극적인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품질 인증(Qual) 과정에서 고배를 마시며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4를 앞세워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본격적인 주도권 탈환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중 엔비디아의 HBM4 최종 승인을 획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순한 납품 성공을 넘어, 삼성의 반도체 기술력이 AI 시대의 핵심 요구사항을 완벽히 충족시킬 수준으로 도약했음을 증명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1c D램·4나노 '올인'…배수진 친 삼성


6일(현지시각) 반도체 업계와 외신 WCCF테크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4 양산을 위한 내부 생산 준비 승인(PRA·Production Readiness Approval)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PRA는 양산 직전 단계의 최종 관문으로, 사실상 제품 개발이 완료되었으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췄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와 구글 등에 HBM4 샘플을 제공하고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 최종 승인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HBM4 전략은 '기술적 퀀텀 점프'로 요약된다. 전작인 HBM3E(5세대)에서 발열과 수율 문제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삼성은 HBM4에 업계 최선단 공정인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전격 도입했다. 여기에 메모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생산에는 자사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의 4나노 미세 공정을 적용했다.

이러한 '초격차 기술' 조합은 성능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4는 핀당 전송 속도가 11Gbps(초당 기가비트)에 달해,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쟁사들이 HBM4 초기 모델에 이전 세대인 1b(5세대) D램을 적용하거나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것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내재화한 '턴키(Turn-key)' 솔루션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엔비디아 '루빈' 탑승…공급망 다변화 수혜


삼성전자의 HBM4 승인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로드맵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GPU 아키텍처 '루빈(Rubin)'에 HBM4를 탑재할 계획이다. 루빈은 기존 제품 대비 압도적인 연산 능력과 메모리 대역폭을 요구하기 때문에, 고성능 HBM4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엔비디아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편중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멀티 벤더(Multi-vendor)' 전략이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HBM4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엔비디아는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삼성전자는 대규모 수주를 통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는 '윈윈(Win-Win)' 구조가 형성된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6년 HBM4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외에도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자체 AI 칩(ASIC)을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의 HBM4 솔루션이 단순히 엔비디아 맞춤형을 넘어, 범용성과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026년 '실적 퀀텀점프'…반도체 명가 재건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승인을 기점으로 2026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도래하는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4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2026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물론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관건은 '수율(Yield)'이다. 1c D램과 4나노 공정 등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된 만큼, 초기 양산 과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가 과거 HBM3E 양산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대량 생산 체제를 안정화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4 승인을 통해 '반도체 겨울'을 끝내고 진정한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기술적 난관을 정면 돌파하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의 복귀를 선언한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2026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뒤흔들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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