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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 이제 너무 비싸다"...슈퍼리치 자금, 아시아·유럽으로 '머니 무브'

북미 투자 선호도가 1년 새 80%→63%로 급락, 유럽(40%)과 아시아(33%)로 자금 이동 시작
고평가된 달러 자산 매도, 저평가된 제조 강국과 신흥 시장으로 자산을 재배분 본격화
한국의 AI 반도체 등 실적 기반 저평가 우량주의 주가 재평가 기폭제 전망
글로벌 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슈퍼리치(Super Rich)'들의 투자 지형이  고평가된 미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아시아 등 저평가된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슈퍼리치(Super Rich)'들의 투자 지형이 고평가된 미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아시아 등 저평가된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
글로벌 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슈퍼리치(Super Rich)'들의 투자 지형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만이 대안(TINA·There Is No Alternative)"이라며 달러 자산에 집중하던 억만장자들이 고평가된 미국 시장 비중을 줄이고, 유럽과 아시아 등 저평가된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배런스는 지난 4(현지시각), 스위스 자산관리 기업 UBS가 발표한 '2025년 억만장자 보고서(Billionaire Ambitions Report 2025)'를 인용해 억만장자들의 북미 투자 선호도가 1년 새 80%에서 63%로 급감하고, 자금의 흐름이 유럽(40%)과 아시아(33%)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본 흐름의 변화를 보도했다.

"미국은 고점, 싼 곳을 찾아라"...짐 싸는 거부들


UBS가 전 세계 억만장자 고객 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자체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동안 가장 높은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지역으로 '북미'를 꼽은 응답자는 63%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기록한 80%보다 17%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반면, 미국을 빠져나온 자금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투자 유망 지역으로 '서유럽'을 꼽은 응답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40%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 지역 선호도 역시 25%에서 33%로 상승했다. 중국을 포함한 범중화권 선호도 또한 11%에서 34%로 크게 늘었다.

댄 스캔사롤리(Dan Scansaroli) UBS 미주 자산관리 공동 대표는 "여전히 설문조사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강력하게 나타나고는 있지만, 가장 큰 변화가 감지된 곳 역시 미국 시장"이라며 "투자자들은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머물기를 원하면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미국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스캔사롤리 대표는 "유럽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30%가량 낮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의 탈() 달러 움직임과 금리 인하 기조 또한 미국 이외 지역 주식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지정학적 위험과 경제적 도전 과제에도 불구하고, 기술 자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다. 스캔사롤리 대표는 "딥시크(DeepSeek)와 같은 AI 혁신을 포함해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국가적 목표가 미국 기술주 랠리 이후의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의 세대교체..."상속받은 돈, 안전한 金에 묻는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억만장자 수가 지난 4월 기준 2919명으로 전년 대비 9% 가까이 늘었으며, 이들의 총 자산은 158000억 달러(23200조 원)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부의 대이동(Great Wealth Transfer)'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제니퍼 가브리엘리 UBS 글로벌 자산 계획 공동 대표는 "오는 2040년까지 약 59000억 달러(8690조 원)의 자산이 상속될 것으로 추산된다""이는 매우 짧은 기간 내에 일어날 거대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 증시의 고평가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저평가된 비()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자산 배분 재편(Great Rotation)'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새롭게 탄생한 억만장자 287명 중 약 3분의 191명은 상속을 통해 부호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이 물려받은 자산 규모는 약 2980억 달러(439조 원),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한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 금과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견고했다. 조사 대상의 64%는 향후 12개월 동안 금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답했으며, 32%는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값은 올해 들어서만 59%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슈퍼리치들은 이를 여전히 핵심적인 위험 회피(헤지) 수단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아시아로 쏠리는 돈...AI 반도체 '재평가' 기회


글로벌 슈퍼리치 자금이 미국을 떠나 아시아로 향하는 이른바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한국 증시에 호재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지역 배분이 아니라,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싼' 제조업 국가로 돈이 몰린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미국 빅테크의 대안을 찾는 외국인 자금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글로벌 큰손들이 이미 많이 오른 미국 기술주 대신 아시아의 하드웨어 기술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이는 한국 증시의 새로운 고점을 여는 동력이 되고, 우량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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