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선거전 당시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 주체가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몇 달 동안 미국 경제에 드리워진 진한 안개가 곧 걷힌다”면서 “소비자와 비즈니스계가 대선으로 인해 어느 정도 마비돼 대선 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구매와 투자를 늦췄다”고 지적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로 접근법이 다르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
이번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초박빙 양상을 보여 대선 결과가 나오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직후인 11월 6, 7일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게 월가의 일치된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CNN은 “선거 종료와 FOMC 회의 개최로 모든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나 미국이 그동안 취한 관망 모드가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기업들은 투자 또는 비즈니스 확장 계획을 유보했고, 미국인은 주택 매입과 같은 큰 결정을 미뤘다.
미국 기업의 약 3분의 1이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틀랜타,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과 듀크대학이 미국 479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한 조사에서 약 30%의 기업이 대선을 의식해 투자를 연기하거나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 중 21%가량은 대선과 총선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미 투자 계획 연기를 확정했고, 약 15%는 투자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지만 약 64%의 기업은 대선이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주택 구매처럼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을 결정하지 않은 채 대선 결과를 기다려왔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9월 미국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384만 건(계절조정 연이율 환산 기준)으로 전월 대비 1.0% 감소했고, 1년 전과 비교해서는 3.5% 줄었다. 9월 매매 건수는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NAR의 로런스 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기자들에게 “미국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인이 주택 매입을 늦췄고, 선거 이후에는 매매 건수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또한 역대급 초박빙 승부가 날 가능성이 크다. CNN 분석에 따르면 지난 1964년 이래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가 최소 3주 이상 전국 단위로 5%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와 해리스가 여론조사마다 선두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시소게임을 선거일 직전까지 계속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98.9%, 동결 가능성이 1.1%로 나타났다. 또 올해 마지막으로 12월 17, 18일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82.7%, 동결 가능성은 17.1%로 집계됐다. 이는 곧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대체로 연준이 11, 12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는 ‘싹쓸이’ 결과가 나오면 연준의 기존 통화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외국산 수입품에 대한 10~20% 보편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등을 강행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해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