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7개 경합주에서 승패가 갈린다. 대선 결과는 이들 경합주의 개표가 끝나야 알 수 있다. 이번 대선이 역대급 초박빙 양상을 보임에 따라 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간 근소한 득표 차이가 승자를 쉽게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 시각) 올해 경합주의 선거 결과를 지난 2020년 대선 당시처럼 며칠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P는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애리조나·네바다주에서 개표가 지연되고, 다른 경합주에서도 쉽게 승자를 가려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선거는 박빙일수록 승자를 가려내는 데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
미국에서 선거 결과는 주 단위 선관위의 공식 발표와 언론 보도로 구분된다. AP통신과 CNN 등은 현장에서 집계된 ‘비공식’ 결과를 공식적인 재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보도한다. 그렇지만, 각 지역 단위 선관위가 공식적인 집계 결과를 발표하는 데 대체로 몇 주 이상이 걸린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AP통신 등 언론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사실을 보도하는 데 투표일로부터 4일이 걸렸다. 그 당시에도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네바다주의 개표 결과 발표가 지연됐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의 선거 캠프에서 개표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면 개표 결과를 상당 기간 발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군인을 비롯한 해외 부재자 투표 개표에도 시간이 걸린다. 일부 투표용지가 선거일이 지난 뒤에 도착할 수 있고, 각 주에 따라 우편 투표 유효 기간이 다르다. 일부 유권자의 경우 투표 권한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이런 투표는 잠정적으로 계산한 뒤 다음에 유효 표 여부가 판가름 난다.
그렇지만, 당선자 윤곽은 대체로 선거 다음 날이면 어느 정도 드러난다.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선거일에 개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위스콘신주는 조기 투표나 우편 투표 용지 개표를 선거 당일에 시작하고, 투표일 자정이 지나면 전체 개표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는 인구수가 많지 않은 지역의 결과를 일찍 공개할 예정이나 최대 도시 애틀랜타가 포함된 선거구의 개표 결과 발표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주는 신속한 개표를 의무화하는 법을 새로 제정해 시행한다.
애리조나주는 우편 투표 개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네바다주는 대대적으로 우편 투표를 하고 있으며 선거일 이후에 도착한 투표용지도 개표 대상이다. 애리조나주는 특성상 우편 투표 비중이 크고, 우편 투표를 투표일 당일까지 접수하게 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애리조나주 개표가 끝나는 데 최장 13일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선거일 이전에는 우편 투표를 개표할 수 없고, 선거 당일 투표가 완전히 종료된 뒤 개표를 시작할 수 있다.
올해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사전 투표 비율이 높고, 이것이 개표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 플로리다 대학교 선거 연구소(Election Lab)가 집계한 2024년 미 대선 사전 투표 현황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기준 미국 전체 사전 투표자는 75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471만9518명이 사전 투표소에서 대면으로 사전 투표를 했고, 3437만4356명이 우편 투표를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