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줄이기에 나선 게 9월부터다. 개인의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무기로 은행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전세대출도 제한하고 있다. 9월 가계대출 잔액은 5조2000억원으로 8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출금리도 연 4%로 올라간 상태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후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문제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으로 몰리는 대출수요 풍선효과다.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보다 낮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무기로 대출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중이다.
부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3.76%로 국민은행(3.99%)이나 신한은행(4.26%)보다 낮다. 인터넷은행은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무료를 내걸고 있고, 새마을금고 등 일부 상호금융사는 신규 주택단지 입주자를 대상으로 중도금 및 잔금 대출 세일 행사까지 펼치고 있다.
10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6조원 가까이 늘어난 이유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분이 2조원에 달했을 정도다. 이는 2021년 11월의 3조원 이후 최대 폭 증가다. 당시에도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5조9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2금융권이 차지했고, 이 중 절반가량은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몫이다.
가계대출이 지방은행이나 상호금융권으로 몰리는 것은 대출의 질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각 금융사를 개별적으로 압박하는 당국의 두더지 잡기 식 대응의 한계다. 대출한도를 축소했다가 여론에 밀려 유예하는 조치가 반복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도 여전하다.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면서도 디딤돌대출의 하나인 신생아 특례대출 등은 늘어났다.
통화정책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완화 쪽으로 돌아서면서 가계 이자 부담을 줄여줄 것이란 기대감 대신 늘어나는 은행의 이자 장사로 인한 실망감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