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은행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11월 대선 결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이슈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유력 후보로 부상한 가운데,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를 중심으로 한 대형 은행의 주가 상승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고 배런스가 최근 보도했다.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연초 대비 25% 상승하며 S&P500 지수의 21% 상승을 크게 웃돌았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가 2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23%, 씨티그룹 21% 등 주요 은행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현상을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과 연계해 해석하고 있으나, 이는 정치적 요인을 넘어선 복합적인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이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규제 완화 정책 재현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은행 간 합병과 인수를 용이하게 하는 규제 환경 조성은 금융기관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트럼프 첫 임기 중에는 도드-프랭크법 완화 등 금융규제 개혁이 이뤄져 은행들의 수익성이 개선된 바 있다.
그러나, D.A. 데이비슨을 비롯한 일부 분석가들은 해리스 승리 시나리오에서도 은행 부문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은행 합병 제안이 거부된 사례가 없었으며, 금융권의 기초 체력이 견고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재의 은행주 강세가 단순한 정치적 기대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견고한 은행 실적, 안정적인 소비자 지출, 물가상승 압력 완화, 자본시장 활동의 회복 등 기초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규제 환경의 변화보다 경제와 금리의 흐름이 은행주 향방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시장 동향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과 시장경제 질서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사건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경제 기초여건과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월가의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 대통령 당선 시 금융주는 선거 기간 중 강세를 보이다가 취임 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는 경향이 있으며, 민주당 대통령 당선 시에는 반대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현재의 은행주 강세는 대선 결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일부 반영하고 있으나, 이는 더 근본적인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 향후 금융시장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경제 기초체력과 정책의 실효성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