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1년 만에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은 대미 무역흑자·경상흑자 2개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로 무역 관련 압박이 세질 것인 만큼 우리 정부도 사상 최대 수준인 대미 무역흑자를 완화하기 위해 유럽처럼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무역수지 개선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미국 재무부가 14일(현지 시각)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중국·독일을 포함한 7개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교역(상품 및 서비스)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2023년 7월~2024년 6월 거시정책과 환율정책을 평가한 것이다. 미국 재무장관은 종합무역법(1988년)과 교역촉진법(2015년)에 따라 반기별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평가 결과 교역촉진법상 3개 요건을 모두 충족해 심층분석(enhanced analysis)이 필요한 국가는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3개 요건은 대미 상품 및 서비스 150억 달러 이상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경상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및 8개월 이상 달러를 순매수하는 외환시장 개입이다.
기재부는 "우리나라는 3개 요건 중 대미 무역흑자·경상흑자 2개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면서 "미국 재무부는 평가기간 중 한국의 경상흑자가 상당 수준 증가했으며, 이는 기술 관련 상품에 대한 견조한 대외수요에 따른 상품수지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또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선 우리 외환당국이 분기별로 공시하는 순거래 내역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특히 "올해부터 개장 시간 연장과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이 시행되고 있음에 주목했다"고 자평했다.
기재부는 미국 환율보고서에 대한 대응책을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한·미 무역 관련 압박 강도가 강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액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전 세계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미국산 에너지·농산물 수입을 늘려 2025년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의 증가세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미국산 LNG를 유럽에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U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낮춰왔다. 향후 미국산 LNG 수입량을 더 늘려 러시아 의존도를 더 낮추는 것은 미국과 EU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민간 부문에서 미국산 원유와 LNG 등 에너지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