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서민들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점수 500점 이하 저신용자들은 합법적 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대부업체들 폐업, 영업중단이 속출하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도입된 법정최고금리 20% 상한제로 대부업체 대출이 폐지, 중단되면서 저신용자들 제도권 대출이 막히고 있다.
특히 신용점수 500점 이하 저신용자들은 금융권 대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같은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는 2021년 도입된 법정최고금리 20% 상한제가 지목된다. 고금리 시대에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 했음에도 대출금리 상한선 20%로 고정돼 있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대부업체들이 아예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 평가정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 승인율은 4.9%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5.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대부업체 대출 문턱을 두드린 20명 중 1명만이 대출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대부업체들의 경영난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부업체들의 신용대출 잔액은 2022년 9월 10조3453억원에서 2023년 9월 8조594억원으로 2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을 취급하는 업체 수도 59곳에서 37곳으로 크게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조달금리 수준은 약 7~9%대로 추산된다. 돈 떼일 위험을 뜻하는 대손비용은 약 10% 수준이다. 대부업권이 대출을 계속 내어주고도 적자를 면치 않으려면 금리상승기 올라간 조달 비용과 연체율을 반영해 대출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있어 저신용자 대출로는 이를 맞추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금리는 약 13.7% 수준으로, 법정최고금리인 20%보다 무려 6.3%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뜻 보면 대부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금리를 낮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저신용자 대출 대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중·고신용자 대출과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 전략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도권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저신용자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사금융으로 발을 돌리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77.7%는 불법인지 알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결국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른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2020년 7350건에서 2023년 1만2884건으로 약 1.8배 증가했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으로 이미 1만1875건의 피해가 접수된 상태다.
서민 금융 축소로 인한 불법사금융 피해가 확대되자 금융당국도 불법 사금융 단속강화 등 각종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대부업체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업계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업계 자체를 살리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대부업체들이 운영을 지속하고 서민금융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준으로 법정최고금리를 재검토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