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추진 중인 새로운 데이터 규제법이 미·중 갈등 속에서 뜻하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현실화되면서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의회는 데이터 국외 이전과 사용자 동의에 관한 새로운 법안을 검토 중이다. 주요 내용은 기업들이 국경 간 데이터 전송 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당국의 사용자 데이터 접근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이 법안은 중국의 데이터 규제를 모델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링클레이터스 법률사무소는 "초안에 중국 본토의 최근 데이터 규정 영향이 크게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 아마존, TSMC 등이 회원사로 있는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이 법안이 혁신을 저해하고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 그랩, 스포티파이 등을 대표하는 아시아인터넷연합도 "사용자 동의 요건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 재집권 시 이 법안이 미국과의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스턴칼리지 캉 부 방문학자는 "베트남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을 피하고자 더 많은 미국 제품 구매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법안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은 약 9000개로, 이 중 40% 이상이 데이터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데이터 현지화 비용만 기업당 평균 100만 달러 이상 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전자상거래, 핀테크, 게임 등 데이터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들의 대응도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내 데이터센터 확충을 검토 중이며, 네이버와 카카오도 현지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데이터법이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도 유사한 규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기업들은 데이터 주권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디지털경제실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앞으로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에서 데이터 규제 대응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트럼프 재집권 시 미·중 갈등이 심화할 경우, 동남아 국가들의 데이터 규제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