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이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 타격이 우려된다. 대미 무역에 호실적을 거둬온 한국에 ‘트럼프노믹스’ 압박이 가해지면서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물가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당초 2025년도 성장률 목표치로 잡았던 2.1% 달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우리 경제에 훈기를 불어넣으려면 트럼프 정책에 대한 냉철한 대비와 수출시장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강화 정책에 우리 경제 지형도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측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그의 당선은 수출과 통상, 에너지, 첨단산업, 금융시장, 대북정책 등 우리 경제 전방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10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재집권 시 그의 보호무역주의 산업정책과 무역긴장고조로 세계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공급망이 혼란에 빠지겠다고 예측했다.
이는 트럼프가 저금리, 약달러를 감수하고서 인플레이션을 유도해 미국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를 통해 연방준비은행(Fed)이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막고 정부가 개입에 나선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든 수입품에 최고 20%의 관세를 붙인다는 ‘보편관세’ 도입도 예고한 바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의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대미 수출량은 약 21조원 감소할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삼일PwC)은 더 무거운 부담을 예상했는데, 국내에 20% 보편관세가 매겨진다면 전체 수출액이 약 63조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국내 성장률은 ‘내리막길’이 점쳐지고 있다. 세계 투자은행(IB) 8곳 중 5곳은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집계, 종전 전망치인 2.1%에서 0.1%p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국내 수출 예상 감소량에 따라 장기간 0.5~1.1%포인트(p)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한은은 내년 우리 성장률을 당초 예상한 2.1%보다 낮춰 잡아야 할 수도 있다.
한은의 성장률 하향 조정은 예삿일이 아닌데, 지난 8월 수정 전망치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4%로 내린 바 있다. 한은이 3분기 성장률로 예측한 0.5%p를 한참 밑도는 0.1%p 성장률을 기록하면서다.
성장률 돌파구를 찾기 위해선 국내 업체의 대미 무역 의존도 감소를 이끌고자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정민우 삼일PwC IRA·CMRA 대응팀 리더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온쇼어링’의 본격화 전에 강점 있는 국내 기술이나 부품의 수출 기회를 모색하는 방법이 있다”며 “주요 산업의 구조 개편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시장 중심의 생산기지 다변화를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트럼프의 공약으로 미뤄 우리나라 통상이나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좀 더 커 보이는데, 수정 경제전망 발표 시 그런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