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과 회계제도 변경으로 보험사들 자본확충 수요가 커졌는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사는 이익 창출력이 우수해 굳이 자본성증권에 의존할 필요성이 적지만, 중소형사는 이자 부담을 무릅쓰고 발행을 늘리고 있다.
업계는 지급여력비율 개선을 위해 올해 자본성증권 5조5000억원 발행해 역대 최고인데도 자본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올해 건전성 악화에 대응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만 5조4800억 원에 달한다. 기존 최대치인 2022년(4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자본확충에 나섰다. 최근 3개월 사이 보험사별로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를 보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1조1000억 원, 7000억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메리츠화재 6500억 원, 한화손해보험 3500억 원, 동양생명 3000억 원, ABL·KDB생명·흥국화재 등이 2000억 원 규모로 자본을 확충했다.
이 기간 보험사들이 발행한 채권의 금리는 평균 5.1%로 국고채 5년물이나 무보증 AA- 회사채 3년물과 비교해 높다. 금리 하락과 회계제도 변경으로 인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수요가 많아진 만큼 연말까지 추가적인 발행이 이어질 거란 관측이다.
보험사들이 적지 않은 이자 비용을 감수하고 자본확충에 나선 배경은 금리 하락과 회계제도 변화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 등 회계 착시와 불확실성을 방지하기 위한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손질에 착수했다.
보험부채 할인율 산출기준이 강화하면서 보험사들의 순자산가치가 감소했고, 자본관리 부담도 커졌다. 여기에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산 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빨라 자본이 감소한 점도 업계 자본확충 수요를 끌어올렸다.
자본성증권 발행만으로는 건전성 방어가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조기상환 조건으로 인해 자본성증권의 실질 만기가 통상적으로 5년에 불과하고, 자본성증권 발행 시 이자와 배당 부담 증가로 인해 보험사의 유보이익이 감소해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 보험사보다는 중소형 보험사들이다. 대형사들은 ‘보험계약마진’(CSM)과 이익창출을 통해 어느정도 건전성 방어가 가능하지만, 시장 지위가 열악한 중소형사들은 자본성증권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사들 대부분 K-ICS 비율 관리 목표를 경과조치 후 기준인 150%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어, 계속해서 자본성증권 발행이 증가할 거란 분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발행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보험업법 시행령상 자본성증권의 차입한도는 직전분기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자본 규모가 작거나 기발행 자본성증권 잔액 규모가 큰 경우 잔여 한도가 작아진다. 푸본현대생명과 IBK연금보험, MG손해보험, iM라이프, 하나생명, 롯데손보, 하나손보 등의 경우 잔여한도가 매우 작아 추가 발행여력이 없거나 한도소진율이 높은 회사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하락과 할인율 산출기준이 순차적으로 강화에 따라 당분간 업계 자본 관리 부담이 지속할 것”이라면서 “향후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 시행이 확정하면 무‧저해지상품 비중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관리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