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구현하여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핵융합 기술은 막대한 비용과 난관이 존재하지만,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수조 달러 규모의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강력한 컴퓨터 칩, 정교한 AI,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의 발전은 핵융합 반응기 설계 및 제어 기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2022년 미국 에너지부 연구소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에서 에너지 순생산에 성공하며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핵융합 스타트업들은 민간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퓨전 산업 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핵융합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71억 달러에 달하며, 그중 상당 부분이 소수의 유망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주요 핵융합 스타트업들을 살펴보자.
1.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 (CFS): 2030년대 초 상용화 목표
2021년 18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CFS는 MIT와 협력하여 'Sparc'라는 상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parc는 도넛 모양의 토카막 디자인에 고온 초전도 자석을 활용하여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고 압축하는 방식이다. CFS는 2030년대 초 Sparc의 후속 모델인 'Arc'를 통해 상용 핵융합 발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2. 제네럴 퓨전: 2026년까지 과학적 손익분기점 돌파 목표
4억 4,053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제네럴 퓨전은 '자기 표적 융합(MTF)'이라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액체 금속 벽으로 둘러싸인 챔버에 플라즈마를 주입하고 피스톤으로 압축하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제네럴 퓨전은 2026년까지 시범 공장 'LM26'을 통해 과학적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헬리온: 2028년 상용 발전 목표, 마이크로소프트와 계약 체결
가장 공격적인 상용화 목표를 제시한 헬리온은 2028년 핵융합 발전을 시작하여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헬리온은 '필드 역전 구성' 방식을 사용하며, 두 개의 플라즈마를 고속으로 충돌시켜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헬리온은 6억 764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샘 알트만, 리드 호프만 등 유명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4. TAE: 플라즈마 안정성 향상에 집중
13억 2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TAE는 '역전된 필드' 방식에 입자 빔 기술을 결합하여 플라즈마 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융합 반응 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5. 잽 에너지: 고온 초전도 자석 없이 플라즈마 가둠
3억 2,7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잽 에너지는 고온 초전도 자석이나 레이저 없이 전류를 이용하여 플라즈마를 가두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즈마 자체의 자기장을 이용하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6. 토카막 에너지: 컴팩트한 토카막 디자인으로 비용 절감
2억 8,565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토카막 에너지는 기존 토카막 디자인을 압축하여 크기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2년에는 ST40 프로토타입을 통해 1억도 C의 초고온 플라즈마 생성에 성공했다.
7. 퍼스트 라이트: 레이저 대신 발사체 이용
1억 7,994만 달러를 투자받은 퍼스트 라이트는 레이저 대신 2단계 총으로 발사체를 발사하여 핵융합 연료 펠릿을 압축하는 '관성 밀폐' 방식을 사용한다.
8. 마블 퓨전: 반도체 기술 활용, 2027년 시범 시설 가동 목표
1억 930만 달러를 투자받은 마블 퓨전은 레이저를 이용한 관성 밀폐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활용하여 핵융합 연료 표적을 생산한다. 2027년까지 시범 시설을 가동할 계획이다.
9. 엑스시머: NIF 기술 기반,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 개발
1억 900만 달러를 투자받은 엑스시머는 미국 에너지부 연구소의 핵융합 실험 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더욱 강력한 레이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용융염 벽을 활용하여 반응 챔버를 보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끊임없는 노력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에 큰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핵융합 에너지 시대를 선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