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제어 없이도 자율적으로 협상, 거래하는 기계 고객(Machine Customers)은 중요한 미래 키워드로, 일부 업계에선 이미 보편화됐다. 2030년에는 그 규모가 수조 달러(약 1350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IT 컨설턴트사 가트너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한 2024 IT 심포지엄·엑스포에서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에 대해 소개하며 한 말이다.
가트너는 매년 심포지엄에서 향후 5년에서 10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IT 키워드 10종을 지목해왔다. 올해의 10대 트렌드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보편화 △증강 AI 개발 △지능형 앱 △AI 보안 관리 △지속적인 위협 노출 관리 △인력의 증강·연결화 △플랫폼 엔지니어링 △기계 고객 △산업 클라우드 플랫폼 △지속가능한 기술이 지목됐다.
생성형 AI와 지능형 앱, 지속가능성, 플랫폼 엔지니어링, 산업 클라우드 등은 지난해 10대 키워드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나, 기계 고객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대 키워드에 포함됐다. 지난해 기계 고객의 자리에 있던 키워드는 '메타버스'였다.
기계 고객이란 대기업의 디지털 어시스턴트(비서) 서비스나 거래 알고리즘 등 인간이 별도로 제어하지 않는 자율 거래 제품·서비스를 총칭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초거대 AI 등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기계 고객' 개념이 보다 보편화되는 추세다.
일례로 네이버가 올 8월 자체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때에도 주요 적용 분야 중 하나로 '쇼핑', '커머스'를 지목했다. 사측은 오는 12월 '클로바X스마트스토어센터', '클로바X스마트플레이스' 등 보다 AI화·자동화된 쇼핑 분야 서비스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통과 IT 기술 양면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손꼽히는 아마존은 자신들의 IT 서비스 '아마존 웹 서비스(AWS)' 고객사들에게 생성형 AI, 기계학습 도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측은 "금융, 제조업, 통신,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AI 서비스 도입을 통한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트너는 지난해에도 "2025년에는 전자상거래 고객 중 37%가 '기계 고객'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추산치를 공개하며 "기업과 조직들은 지금부터 기계 고객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계 고객 혁신의 3단계(3 Phases of Machine Customers' Evolution)'란 제목의 전망 인포그래픽도 내놓았다. 일반 인간 고객이 주류인 기존의 1단계가 2026년을 기점으로 일반 고객과 기계 고객이 공존하는 2단계 혹은 과도기로 넘어가고, 2036년에는 오히려 기계 고객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는 3단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올 1월에는 가트너의 돈 샤이벤라이프(Don Scheibenreif) 수석 애널리스트, 마크 라스키노(Mark Raskino) CEO 리서치 리더 등이 협력 저술한 '기계가 고객이 되는 때(When Machines Become Customers)'를 출간했다.
두 저자는 "수천 년 동안 고객은 개인 혹은 그룹이었지만, 이제 지능형 소프트웨어, 나아가 하드웨어들이 고객 역할을 하는 시대가 다가왔다"며 "이에 따라 유통업자들의 마케팅과 영업 또한 일반 고객이 아닌 기계 고객들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계 고객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는 2025년까지 150억 개를 넘어설 수도 있다"며 "아마존, 테슬라, HP, 시멘스 등 유수의 대기업들은 이미 기계 고객에 대응할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