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불가리아 제2원전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23일 로이터·페트로타임즈 등 외신과 한수원에 따르면,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벨레네 원전 사업에 한국의 한수원을 포함해 러시아국영 원전기업 로사톰, 중국국영 원전기업 중국핵공업집단(CNNC) 등 7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에너지부가 공개한 응찰업체는 한수원, 로사톰, CNNC 외에 체코 빗코비체중공업이 이끄는 컨소시엄, 독일기업 1곳, 불가리아 기업 2곳 등이 포함돼 있다.
테메누즈카 페트코바 에너지부장관은 "프랑스 프라마톰과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벨레네 제2원전에 장비를 공급하는데 관심을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불가리아 정부는 입찰 신청서를 제출한 7개 기업을 대상으로 3개월간 심사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결정할 계획이다.
불가리아는 지난 1980년대 옛 소련이 다뉴브강변 코즐로두이에 건설한 2개 원자로, 총 2000메가와트(㎿) 규모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추진하는 신규 원전 사업은 불가리아 북부 다뉴브 강변 벨레네에 총 2000㎿ 규모로 건설하는 두번째 원전으로, 총 공사비는 약 100억 유로(13조 4000억 원)로 추산되며 오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가리아 정부는 그동안 제2원전 사업을 여러 번 추진해 왔으나, 불가리아 내 전력 수요가 크지 않다는 주장과 제1원전 사업에 연루된 각종 비리사건으로 반대 여론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불가리아 의회가 제2원전 건설을 위한 투자자 물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자 이를 계기로 불가리아 정부는 사업 재개를 결정했다.
불가리아 에너지부도 인근 북마케도니아를 비롯한 3개 국가가 벨레네 원전이 완공돼 운영되면 전력 일부를 구매하길 희망해 왔다면서 신규원전의 사업성이 높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불가리아와 이웃 국가들에게 오는 2035년까지는 추가 에너지 수요가 없다는 분석을 근거로 벨레네 원전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원전 입찰에 응한 한수원의 관계자는 "불가리아 정부 발표대로 한수원이 입찰에 참여한 것이 맞다"면서 "수주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한수원은 지난 5~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8개국 원전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워크숍을 여는 등 동유럽 원전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체코 정부가 추진 중인 두코바니 원전사업 수주전에도 뛰어들어 현지 중소도시 아이스하키팀 후원계약을 맺는 등 현지에 한수원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한 역사적, 지정학적 조건 탓에 동유럽 나라들은 자국 원전 사업에 러시아 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수원이 참여 의사를 밝힌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도 체코 정부가 "원전사업자 선정에 지정학적 요소를 감안하겠다"면서 친러시아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아 역시 지난 2012년 벨레네 원전 추진때 러시아 로사톰과 계약을 앞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로부터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라는 외교 압박에 결국 계약을 취소한 전례가 있었다.
이같은 동유럽 에너지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국내 원전업계 일부는 동유럽 원전 수출을 위한 한수원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수주 가능성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유럽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관계가 공고하다"고 언급하며 "러시아·중국 등 경쟁사들이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아랍에미리트(UAE) 정비계약 축소 등을 내세워 불가리아 정부에 '한국 불가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수원이 기술력에서 앞섬에도 수주전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