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당시 형성된 종가 기준 연저점 또한 경신했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강달러·고금리, 수출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에 직격탄를 맞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5.49포인트(2.64%) 하락한 2417.08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2500대가 무너진 이후 지수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최근 한 달(10월 11일~11월 13일) 사이 코스피 하락률은 6.9%였다. 같은 기간 코스닥 역시 10.5%에 달하는 하락률을 보이며 휘청였다.
이날 코스피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1970조 원이었다. 전일 2023조 원에서 하루 만에 약 50조 원이 증발한 셈이다.
코스피 시총이 2000조 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약 3달 만이다.
앞서 지난 7월 중순 2900선을 앞두고 있었던 코스피는 8월 5일 2400선까지 밀리며 종가 기준 2441.55에서 연저점을 형성했다.
다만 이날 지수가 2.6%가량 빠지면서, 연저점 또한 갈아치웠다.
코스닥지수 또한 전장보다 20.87포인트(2.94%) 내린 689.65에 마감됐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5일 형성한 종가 기준 연저점(691.28)을 경신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10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도세는 이번 주에만 1조5000억원어치에 달한다.
한 달 동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5조1807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만큼은 아니지만 기관 역시 755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했으며,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4.53% 하락한 5만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만원 선을 위협받고 있다.
11월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13.21% 내렸다. 삼성전자가 5만원 선에 근접한 건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삼성전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11거래일째 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는 2650선 정도이며 현 지수대와의 괴리는 오로지 삼성전자 때문"이라며 "삼성전자가 지수에 착시를 주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이외 종목의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 국면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러한 징후 이후에야 지수의 하단 선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모두 하락 마감했다.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1.56%, 3.51%,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3.75%), 현대차(-3.48%), KB금융(-1.83%), 포스코홀딩스(-5.25%) 등 업종 상위 기업의 주가가 모두 내렸다.
또 다른 급락 요인은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으로 자리해 왔던 수출 둔화도 투자심리에 불안을 안겼다. 이달 1∼10일까지 수출액은 14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감소했다. 일 평균 금액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0.9% 줄어들어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퍼져나갔다.
KDI가 전날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은 이런 우려들에 쐐기를 박았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과 8월 각각 0.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이번에 더 큰 폭의 조정이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투자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코스피를 짓누르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랠리'에 열광하던 다른 국가의 증시와는 달리 국내 증시는 그 열기에서 소외돼 있었다.
지난 5일 장 마감 후 11일까지 세계 주요 주가지수의 수익률에서 코스피는 1.75% 하락하며 92개 지수 중 83위라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지수는 필리핀 종합지수(-4.38%)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3.01%), 홍콩 항셍지수(-2.76%)를 비롯해 브라질·스페인 지수 등 9개밖에 되지 않았다.
국내 증시의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뉴욕증시의 경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91% 상승해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률은 3.78%로 6위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도 2.75% 오르면서 13위에 자리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