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본사를 둔 CEO들의 경기 전망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내 CEO 신뢰 지수가 올해 상반기 56에서 하반기 49로 하락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다국적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0~100점 척도에서 50점 미만은 부정적 전망이 긍정적 전망을 상회 함을 의미한다.
콘퍼런스보드 중국센터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CEO의 76%가 중국의 경제 둔화를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9월 30일부터 10월 28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34명의 CEO 중 41%는 현재의 비즈니스 상황이 6개월 전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조사의 23%에서 많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현지 기업들의 공격적인 시장 전략이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위험 감수와 가격 인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긴장 역시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혔다. 응답자의 77%는 향후 미·중 관계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53%는 중국과 EU의 관계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EU와의 전기차 관세 협상 난항과 도널드 트럼프의 추가 관세 위협 등이 이러한 전망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만, 장기적인 전망에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CEO들의 65%는 중국의 수요가 세계 평균을 웃돌고, 시장에서 창출되는 이익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같은 기간 실시된 조사에서 유럽과 미국의 CEO 신뢰 지수는 각각 47과 51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 과정에서 단기적 어려움은 불가피하지만,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라는 근본적인 매력도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미·중 갈등 심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CEO들의 경기 전망 악화는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은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기업들은 리스크 분산을 위해 생산기지 다변화와 새로운 시장 개척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중국 시장의 장기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단기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장기적인 중국 시장 전략도 균형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