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AI 기업 데이터브릭스가 620억 달러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으며 1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 AI 투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이뤄진 이례적인 대형 투자다.
악시오스는 18일(현지시간) 스라이브 캐피탈을 주축으로 한 25개 기관이 참여한 이번 투자가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투자 라운드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데이터브릭스는 기업들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AI 기반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3년 설립 이후 연간 반복 수익 30억 달러, 전년 대비 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현금흐름이 긍정적으로 전환되며 수익성도 입증했다.
투자자들이 620억 달러라는 높은 기업가치에도 "저평가"로 평가하는 주된 이유는 시장 지배력 확대 가능성 때문이다. 데이터브릭스(8.67%)는 업계 1위 스노우플레이크(18.33%)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분석 시장이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는 상황에서, 스노우플레이크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알리 고시 CEO는 "현재가 최고의 AI 버블"이라며 시장 과열을 경계했다. 실제로 AI 시장에는 구체적 수익 모델 없이 고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많다. 데이터브릭스는 실적으로 가치를 입증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장 과열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투자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100억 달러 투자금의 대부분이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스톡옵션이나 RSU(제한된 주식) 형태로 받은 본인 지분을 이번 기회에 현금화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2025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IPO 시점에 기업 가치가 더 상승한다면, 지금 매도하는 직원들은 상당한 차익을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우려는 투자자들마다 다른 수수료를 내는 구조다. 일부 투자자는 더 높은 수수료를, 다른 투자자는 더 낮은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이는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자들 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2025년 예상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도 변수다.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예상되지만,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데이터 보안과 국가 안보 관련 규제는 강화될 수 있다. 고시 CEO는 "규제에 신중하되 연구를 저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국의 AI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들이 AI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데이터브릭스의 사례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데이터브릭스의 대규모 투자 유치는 AI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에 섰음을 시사한다. 실적과 성장성을 겸비한 기업들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거품 붕괴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2025년 미국 정권 교체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격변기를 앞둔 상황에서, AI 기업들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잡힌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