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약세 방어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중기 유동성 지원창구(MLF) 금리를 2.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심화된 위안화 약세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중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MLF 금리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인민은행은 이번 달 일부 금융기관에 1년 만기 MLF 대출 9000억 위안(약 173조 6,280억 원)을 지원했다.
CNBC에 따르면 JLL의 브루스 팡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에서 MLF 금리 동결은 예상된 조치"라며 "미국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정책 운용의 폭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UBS 투자은행의 왕 타오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MLF 금리가 올해는 2.0%로 유지되겠지만, 2025년 말에는 1.2%, 2026년에는 1.0%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당분간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핀포인트 자산 관리의 지웨이 장 사장은 "인민은행은 내년 1월 미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미의 대중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인민은행은 당장 금리를 인하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역외 위안화 환율은 미 대선 이후 2% 넘게 하락했다. 지난 9월 24일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로는 달러 대비 약 3.3% 하락했다.
JLL의 팡 이코노미스트는 "MLF 금리 인하를 늦추는 것은 달러 강세에 대한 위안화 가치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도 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위안화 약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티시스의 게리 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수출 지원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원할 수 있지만, 급격한 평가절하보다는 점진적인 평가절하를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및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3.1%와 3.6%로 유지했다. 1년 만기 LPR은 기업 대출과 가계 신용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팡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달 안에 지급준비율이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경기 활성화와 환율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판공성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달 회의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지급준비율을 25~50bp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말 전에 7일물 역레포 금리를 20bp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국 연준과 달리 중국 인민은행은 다양한 정책 금리를 활용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이번 MLF 금리 동결은 위안화 약세 방어를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향후 경기 상황과 미국 정책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