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스티븐 슈워츠먼 등 중국 사업 경험이 풍부한 억만장자들을 통해 베이징과의 비공식 외교 채널을 가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가 체계적 접근을 선호하는 조 바이든과 달리 비공식적이고 거래 중심의 대중국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1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 머스크·슈워츠먼 등 '비공개 채널' 부상
특히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 4월 베이징을 방문해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작년에는 친강 당시 외교부장과 만나 미·중 '디커플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이먼은 "머스크는 원할 때 시진핑을 만날 수 있고, 원할 때 트럼프도 만날 수 있는 위치"라며 "두 강대국 간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도 유력한 중개자로 거론된다. 슈워츠먼은 2016년 칭화대에 장학 프로그램을 설립했고, 트럼프의 주요 기부자이자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시진핑 주석을 마라라고로 초청했으며, 2018년에는 8차례 중국을 방문해 무역전쟁 완화를 위한 중재 역할을 했다.
◇ 중국도 비공식 채널 선호
베이징도 트럼프와의 소통을 위해 공식·비공식 채널을 모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류허 전 부총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의 닐 토마스는 "현 정치국에는 시진핑과 가깝고, 영어에 능통하며, 국제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미국 경험이 풍부한 류허 같은 인물이 없다"고 분석했다. 류허는 퇴임 후에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라이몬도 상무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여전히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 가족들의 영향력도 주목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와 정책에는 가족들의 영향력도 주목된다. 2024년 선거대책위원장 출신 수지 와일스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가운데, 장남 돈 주니어가 자문단 구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첫 임기 때 백악관 고위 참모를 지낸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번에는 공식 역할을 맡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쿠슈너가 첫 임기 때 구축했던 추이톈카이 전 주미 중국대사와의 비공식 채널이 필요시 재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거래 중심 접근이 무역, 기술, 대만 등 주요 현안에서 타협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보면서도, 몇 가지 도전 과제를 지적했다.
머스크의 경우 중국 내 거대 투자로 인한 이해 상충 우려와 안보 분야 전문성 부족이 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부통령 당선인 JD 밴스가 중국을 "미국 최대의 위협"이라고 강경 발언을 한 점도 변수다.
특히 칭화대의 쑨청하오 교수는 "일부 공화당이 대화를 통한 관계 관리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추구하고 있어 비공개 채널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