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정부가 출범하면 반독점 규제를 대폭 완화할 예정이어서 테크,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이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일(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거래위원회(FTC) 지도부를 즉각 교체해 기업들의 반독점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JP모건 체이스 등의 주가가 지난 4년 사이에 최고치로 치솟았고, 빅테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메가캡(megacap, 초대형주)의 시총이 지난주에만 7730억 달러 (약 1081조 8000억 원)가 증가했다. 또 바이오테크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WSJ은 차기 미국 정부의 기업 인수 합병에 대한 규제 완화 기대로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에서는 지난 4년 동안 이들 분야에서 기업 인수 합병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빅테크 등 대기업에서 ‘저승사자’로 불렸던 리나 칸 FTC 위원장은 해고될 게 확실하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칸 위원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의 독점 규제를 강화해 왔다.
칸 위원장과 손발을 맞춰온 조너선 캔터 법무부 반독점 담당 차관보도 물러난다. 칸 위원장과 함께 바이든 정부에서 적극적인 금융 규제 정책을 추진했던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개리 겐슬러,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로힛 초프라가 모두 친기업적인 인물로 교체될 것으로 월가가 예상한다. 이는 곧 정부의 반독점 규제가 느슨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WSJ이 짚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인수 합병 건수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고,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그동안 억눌렸던 인수 합병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칸 FTC 위원장의 퇴진으로 테크 분야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테크 분야와 함께 헬스케어 산업에서 대형 인수 합병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WSJ이 전망했다.
미 법무부는 온라인 검색시장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을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당선인 정부는 구글 해체 추진을 중단하고, 반독점 정책 일부를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약 회사가 다른 바이오 기업을 인수하거나 제약 회사 간 대형 합병도 나올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그동안 50억 달러 미만의 소규모 인수 합병이 인기를 끌었으나 차기 정부에서 규제가 풀리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건강보험 회사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주가가 올랐다. 월가에서는 이들 기업 간 메가 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