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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기술 정책, 빅테크 규제 완화·보호무역 강화 예고

"빅테크 규제 완화와 보호무역 강화로 글로벌 기술 패권 강화“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08 10:21

미국을 위대하게, 기술 패권 더 강화 예상.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을 위대하게, 기술 패권 더 강화 예상.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미국 기술 산업이 격변의 시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술 정책은 '규제 완화'와 '보호무역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글로벌 기술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와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영향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막강한 글로벌 영향력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의 5대 기술기업의 2023년 말 기준 시가총액 합계는 약 1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약 15~20% 수준을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주요 디지털 시장에서 이들의 지배력은 더욱 두드러진다. 가트너의 2023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AWS가 약 32%, MS Azure가 23%, 구글 클라우드가 1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도 스태티스타 집계 기준(2023년 12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71%, 애플의 iOS가 28%를 차지하며 사실상 복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분야에서는 메타가 강세를 보인다. 메타의 2023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산하 플랫폼들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약 40억 명에 달한다.

이러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 정책 기조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첫째,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다. 트럼프는 구글 해체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반독점 정책을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AWS 32%,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23%, 구글 클라우드 11%의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규제 완화는 이들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보호무역주의 강화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칩스 법을 통한 보조금 정책(390억 달러 규모)을 관세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는 인텔,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으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최근 조 로건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칩스법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부유한 기업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대신 고율의 관세를 통해 자연스러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구상은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통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 상무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전환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총 529억 달러 규모의 칩스법 중 390억 달러가 반도체 제조 투자 지원에 배정되어 있는 가운데, 정책 기조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관세 정책으로의 전환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특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관세 정책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망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재편이다.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과 머스크의 X는 보수 진영의 주요 소통 채널로 부상했다. X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약 2억 명 수준이며, 트루스 소셜의 경우 2023년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가 약 5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소셜미디어 분석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치 지형 속에서 이들 플랫폼의 영향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SEC의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비트코인 초강대국" 건설을 공약한 트럼프는 현 SEC 위원장 교체를 시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1.5조 달러 규모인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규제 완화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글로벌 기술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의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DRAM 시장의 약 70%, NAND 플래시 시장의 약 45%를 차지하는 등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가속화 ▲차세대 기술 선점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규제 완화에 따른 새로운 기회 포착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술 정책은 미국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세계경제연구원은 "기술 패권 경쟁 심화로 인한 글로벌 혁신 생태계의 양극화가 우려된다"며, 각국의 균형 잡힌 대응 전략 마련을 제안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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