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장중 사상 최초로 4만4000,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6000을 돌파하는 등 뉴욕 주식 시장이 올 들어 최고의 1주일을 보냈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대선에서 47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감세와 규제 완화에 거는 기대가 주식 시장을 끌어올렸다.
달라진 환경
주식 시장은 2016년 트럼프가 대통령에 처음 당선됐을 때도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가 당시 주장했던 감세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동시에 국채 수익률도 동반 상승했다. 트럼프 감세로 재정적자가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그러나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고, 이 때문에 국채수익률 상승 속에서도 주식 시장이 함께 오름세를 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트럼프 랠리와 지금의 트럼프 랠리 사이에 펀더멘털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노이버거 버먼의 글로벌 투자등급 채권 부문 공동 책임자 타노스 바다스는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금은 상황이 훨씬 꼬여 있다”면서 “트럼프 1.0과 트럼프 2.0 사이에 출발점이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8년 전 국채 수익률 상승 속에서도 주식 시장이 동반 상승한 것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미 재정적자, 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일부는 이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주식 시장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세, 이민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관세와 이민 정책이다.
주식 시장 상승세를 좌초 시킬 수 있는 국채 수익률 상승이 트럼프 2.0 시대에는 감세라는 재정정책 만이 유일한 배경이 아니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대적인 관세와 이민 규제,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관세와 이민 모두 재정과 경제 성장 측면에서 양면성을 갖는다.
트럼프가 약속한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가 적용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에 보탬이 된다. 트럼프가 폐지하겠다고 한 소득세 구멍을 관세로 어느 정도 메우는 것이 가능하다.
이민 규제와 불법 이민자 추방은 단기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직원들을 새로 뽑아야 해서 임금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소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세나 이민 규제는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제품에 물리는 관세는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할 몫이어서 소비자 물가가 뛴다. 또 이민 규제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고, 이렇게 올린 임금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보충할 것이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재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관세, 이민 규제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고, 이 경우 소비자들이 장기적으로는 씀씀이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세수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랠리, 지속 어려워
기준물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 9월 16일 3.63%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큰 폭으로 뛰었다.
트럼프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 10년물 수익률은 하루 사이 0.16%포인트 폭등해 4.42%로 치솟았다.
트럼프 공약이 이행되면 미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를 메우기 위해 막대한 국채를 발행할 것이란 예상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책임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 정책이 추진되면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 규모가 앞으로 10년에 걸쳐 7.5조 달러 더 증가하게 된다.
국채 수익률이 계속해서 오르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느라 금리를 계속 올리는 가운데 경제는 타격을 입고 주식 시장도 좌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