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정보 서비스 업체 OPIS의 글로벌 에너지 분석 책임자인 톰 클로자는 12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CNBC와의 인터뷰에서 "OPEC+가 해체되고 생산량 조절에 실패할 경우 유가는 30~40달러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OPEC+는 수년간 시장 점유율 감소를 겪어왔으며, 감산 해제 시 과거 '아랍의 봄' 이후 최악의 유가 폭락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BC에 따르면 현재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2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68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40달러는 현재보다 약 40% 낮은 수준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에너지 전문가 헤닝 글로이슈타인 역시 "2025년 OPEC+의 감산이 완전히 해제되면 유가는 배럴당 40달러까지 급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내년 원유 수요 증가가 하루 100만 배럴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급 과잉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ST 마퀴(MST Marquee)의 수석 에너지 분석가 사울 카보닉도 "OPEC+가 수요와 관계없이 감산을 해제하면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가격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OPEC+ 점진적 해체 가능성... 중국 수요 부진-공급 과잉 심화
다만 전문가들은 OPEC+가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해체보다는 점진적인 해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OPEC+는 석유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자발적 감산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지난 9월에는 220만 배럴의 감산 규모를 2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줄이려던 계획을 연기했고, 이달 초에는 계획된 석유 생산량 증가를 12월 말까지 다시 한번 연기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한 수요 부진, 미국, 캐나다 등 비OPEC 산유국의 공급 증가 등으로 유가 하락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OPEC은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2025년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예측치를 하루 16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은행 "내년 브렌트유 평균 60달러 전망"... 트럼프 정책도 유가 하락 압력 가중
일부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유가 하락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 전쟁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미국 내 석유 생산 증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OPIS의 클로자는 "무역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는 훨씬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케플러(Kpler)의 석유 분석가 맷 스미스는 "소매 휘발유 가격을 낮추려면 원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 전망 속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경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