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요소로 급부상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CXMT(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와 YMTC(양쯔메모리 테크놀로지)의 자회사 등이 HBM 생산을 위한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CMXT는 자국의 칩 패키징 및 테스트 회사 통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손잡고 자체적으로 HBM을 개발했으며, 샘플 제품을 주요 고객사들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최대 낸드(NAND) 플래시 제조사 YMTC의 자회사 XMC(우한 신신)도 지난 2월부터 월 3000장 규모의 12인치 HBM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신규 메모리 공장을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XMT와 XMC 모두 중국이 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면서 기술 발전을 위해 지방정부 자금 지원을 받은 민간 기업이다.
HBM은 기존 D램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데이터 대역폭(단위 시간당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을 극대화한 고성능 메모리다. 일반 D램보다 대량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엔비디아, AMD 등이 개발한 첨단 AI 칩의 필수 구성요소로 급부상했지만, 제조 공정이 까다로워 지금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 등만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5세대 제품(HBM3E)까지 상용화된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양사가 합계 약 9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의 메모리 전문회사 마이크론이 뒤를 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약 3년 전부터 자체 HBM 개발을 시작했다. 이번 개발에 성공한 HBM은 1~2세대 수준으로, 기술이나 성능 면에서 선도 기업들과 큰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이터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HBM의 자체 개발 및 생산을 위해 한국과 일본 등의 장비 업체와 정기적인 미팅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다만 중국의 이번 HBM 자체 개발이 비록 구형 제품이긴 하지만, 미국의 첨단 고성능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서 자체 개발 비중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노력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는 화웨이도 자사 AI칩에 탑재할 HBM2(2세대 HBM)의 자체 개발에 나섰으며, 오는 2026년까지 HBM 양산을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미국의 기술정보 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화웨이가 마찬가지로 미국의 규제 대상에 오른 자국의 메모리 칩 제조업체 푸젠진화와 자체 HBM 개발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