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료계가 인공지능(AI)을 통한 암 치료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2040년까지 새로운 암 발병 사례는 47%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매년 25만 명 이상이 암 진단을 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암은 심장질환에 이어 두 번째 주요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암 진단·치료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의 디지털 병리 전문기업 페이지와 협력해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이미지 AI 모델을 구축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더욱 개선된 치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최근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의료 현장에서 AI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AI는 50만 건의 흉부 X레이 분석으로 폐암 조기 발견률을 20% 높였다. IBM 왓슨은 희귀 백혈병 진단 정확도를 96%까지 끌어올렸으며, 스탠포드대 AI 시스템은 피부암 진단에서 전 세계 21개국 피부과 전문의들의 평균 진단율을 웃돌았다.
최근 스웨덴의 대규모 임상시험은 AI의 잠재력을 더욱 분명히 보여줬다. 8만 명을 대상으로 한 유방암 검진에서 AI 시스템은 숙련된 방사선 전문의보다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금까지 500개 이상의 AI 기반 의료기기를 승인하며 이 분야의 도약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도입의 과제도 제기한다. MIT 자밀 클리닉의 레지나 바르질레이 AI 책임자는 "AI는 인간이 포착하기 어려운 미세한 패턴을 감지할 수 있지만, 이를 환자 치료 과정에 어떻게 통합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의 의료진들은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의료진의 법적 책임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한다.
의료계는 AI가 당장 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JP모건 헬스의 댄 멘델슨 대표는 "향후 3~5년간 의료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AI 도입으로 진단 시간은 30% 단축하고, 의료진의 행정 업무는 4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AI 기반 의료 시스템 도입으로 연간 의료비용이 최대 15%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복 검사 감소로 인한 비용 절감이 환자당 평균 2,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주요 의료기관들이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AI 진단 보조 시스템을 도입해 폐암 진단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했으며, 의료비용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도 AI 기반 의료영상 분석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며 진단 정확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AI 정밀의료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 AI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끌 핵심 도구가 될 전망이다. 전 FDA 국장 스콧 고틀리브는 "5~10년 내 AI가 일부 치료 영역에서 직접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특히 큰 혜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 의료 시스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계, 기술기업, 규제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환자 정보 보호, 의료진 재교육, 윤리 기준 수립이 시급하다.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도구로서 의료 서비스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