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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WGBI 세계 국채지수 편입과 뉴욕증시 공매도 저주

김대호 연구소장

기사입력 : 2024-10-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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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BI 세계 국채지수 편입

우리나라가 글로벌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됐다.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오른 지 네 번째 도전 끝에 이룬 쾌거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전 세계 3대 국채 채권지수로 꼽힌다.

글로벌 채권지수는 전 세계의 기관투자자들이 추종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국채에 투자할 때 우선적으로 찾게 된다. 이른바 패시브 투자자들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채권지수 편입이 된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글로벌 채권지수에서 빠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 국채는 글로벌 시장에서 찾는 고객이 별로 없었다. 주로 우리나라에서만 한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팔릴 뿐이었다. 이번 WGBI 국채지수 편입은 우리나라 국채의 글로벌 판매에 물꼬를 트는 일대 사건이다. 글로벌 자금이 몰려와 한국의 국채를 사주면 한국 정부는 재정을 운영하는 데 큰 숨통이 틔게 된다. 국채는 물론 회사채의 금리도 낮아져 결과적으로 기업들도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 관리에도 여유가 생긴다.
WGBI는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와 파이낸셜타임스사가 함께 만든 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운영·관리하고 있다. 이 지수는 원래 살로몬 스미스 바니가 고안한 것이다. 한때 씨티그룹이 인수·운영하다가 2017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 러셀이 사들여 지금은 FTSE 세계국채지수, 즉 WGBI로 불린다. WGBI의 영어 풀 네임은 World Government Bond Index다.

이 지수에는 그동안 25개국이 들어가 있었다. 이번에 한국이 편입됨으로써 WGBI 국채지수 편입국은 모두 26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그동안 글로벌 25개국 그룹에도 끼지 못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동안 한국은 적어도 자본시장에서만큼은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으로 분류돼 왔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9월 30일 세계국채지수 관찰대상국으로 등재됐다. 이후 2023년 3월과 9월 그리고 2024년 편입 심사를 받았으나 세 번 연속으로 탈락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3전4기 끝에 마침내 편입에 성공했다. 실제 편입시점은 2025년 11월이다. 우리가 WGB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수준이다. WGBI 추종자금이 2조~2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500억~525억 달러의 자금이 한국 국채시장으로 새로 들어오게 된다는 뜻이다. 이 돈이 우리 국채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FTSE 러셀이 내년 11월 한국을 WGBI에 편입하면 수십억 달러의 외국 자본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WGBI 등 주요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된 주요 해외 사례의 경우 지수편입 이후 자본유입 확대와 더불어 국채시장 수익률 및 환율 등에 걸쳐 다양한 경제적 영향이 관찰된다. 예를 들면 GBI-EM 신규 편입 16개국을 대상으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Williams & Pandolfi(2017)의 연구에서는 지수편입에 따른 자본유입 확대 및 국채 수익률 하락 등 경제적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WGBI 편입사례를 포함하고 있는 Broner et al.(2021)의 연구에서도 지수편입은 채권 가격 및 환율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신흥국의 경우 WGBI 등 주요 국채지수 편입은 해당국 자본유입 확대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Arslanalp et al.(2020)에 따르면 2019년 주요 신흥국 국채시장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약 40%가 주요 채권지수 추종 자금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WGBI 편입에 따른 신규자금 예상 유입 규모는 약 500억~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WGBI 예상 비중(2%) 및 해당 지수 추종 자금 추정치를 반영한 결과로, 지수편입이 12~18개월에 걸쳐 이루어질 경우 월평균 약 28억~50억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러한 지수편입에 따른 국채시장 수요 확대는 채권가격 상승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장기화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한국조세재정연구원(2021)의 국채 발행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효과 추정치를 반영하는 경우 지수편입에 따른 국채 수익률(5년물 기준) 하락 효과는 약 25~70bp 수준으로 추정되며, 장기성향 민간자금인 WGBI 추종 자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지수편입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지속 장기화 또한 예상해볼 수 있다.

WGBI 편입은 장기 보유 성향의 민간 부문 투자자금 유입과 더불어 금리상승 압력 완화 및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화 유도 등 금융시장 안전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최근 원화가치 하락 및 한·미 정책금리 확대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유입 모멘텀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다. WGBI 편입은 안정적 자금조달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지수편입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신뢰도 제고를 통해 신용등급이 비슷한 국가 대비 높은 금리를 지불하는 이른바 ‘원화채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WGBI 편입에 따른 자본유입 확대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국채시장의 대외 요인에 대한 민감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WGBI는 가입조건과 더불어 명시적인 퇴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의 기준치 미달 등 최악의 이벤트 발발 시에는 급격한 자본유출 또한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수 추종 자금의 장기적 성향 등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상황에서 자본유출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는 크지 않다.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다. 전반적인 대외요인 민감도가 상승한다는 점에서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수편입에 따른 외환시장 개편도 외국인의 차익거래 기회 축소에 따른 현·선물 연계 투자 확대 등 채권시장 변동성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FTSE 러셀은 한국을 채권지수에 편입하면서 공매도 금지를 문제 삼았다. 공매도를 계속 금지하면 현재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으로 분류된 한국 주식시장의 등급을 개도국 그룹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FTSE 러셀은 "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당초 거론됐던 '관찰대상국 지정'은 피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탓에 우리나라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선진지수에서도 퇴출될 수 있다는 경고장 격이다. FTSE 러셀의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가 내년 3월 말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고려해 "공매도 문제 해결을 지켜보겠다"는 사전 경고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WGBI 편입을 대가로 공매도 금지 해제를 공개 요구했다고 볼 수 있다.

WGBI 편입은 우리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비용이다. 시장 개방에는 비용이 따른다. 그 비용을 능동적이면서도 선제적으로 극복해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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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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