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필수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두고 벌이는 글로벌 기업 간의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개발 속도를 높이고 차세대 제품의 로드맵을 공개하며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올리겠다는 전략을 언급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고난도의 기술 개발을 통해 빠르게 추격해 반도체 분야 주도권을 재탈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6세대(HBM4)를, 2026년에 7세대(HBM4E)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4 제품뿐 아니라 HBM4E 제품도 기존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것이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량을 대폭 늘린 제품이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성능이 좋아지기 때문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HBM의 단수가 계속해서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현재 양산 중인 HBM3E는 8단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2단 제품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HBM4는 적층 단수가 16단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양사의 경쟁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요청이 급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HBM 주도권을 잡은 것은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하면서부터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연산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데이터 처리량이 많은 생성형 AI 시대에 AI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GPU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HBM이 필수 요소다. 엔비디아는 최근 공급업체에 품질과 수율을 높여 납품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12단 HBM을 통해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앞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지난 3월 있었던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제품에 승인 서명을 남겼다. 엔비디아는 현재 유일한 12단 HBM3E 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제품을 오는 3분기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최근 10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문생산방식인 HBM 특성상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는 사양으로 제품의 사양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악성 루머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는 경쟁 상대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대만의 한 현지 언론이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엔비디아와 사양을 조율하는 과정을 악용해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여론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해외 경쟁업체로부터 이 같은 방해 공작을 받는 것은 SK하이닉스와 함께 국내 HBM 관련 기술력이 세계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최신 공정의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의 개발 과정은 보안 사항으로 이런 루머가 나온 것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