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기간 친환경 정책 폐기를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친환경·재생에너지를 신사업으로 점찍고 달려왔던 국내 건설업계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 위기는 사기”라며 친환경 정책 폐지를 공언하면서 건설사들이 추진하던 친환경·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에 일부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등 해외 친환경·재생에너지 관련 사업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미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점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건설사들은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사는 경우 제공하는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예견된 수순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신종 녹색 사기'라며 자주 비판했다.
재선에 성공하면 ’전기차 의무화(mandate)‘ 정책을 끝내겠다고도 거듭 공약했다.
현재까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건설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친환경·재생에너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판단하고 관련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폐배터리 재활용, 그린수소, 해상풍력 등 관련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사업인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MR은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활용하는 기술이다.
향후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그린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친환경 플랜트부터 태양광, 해상풍력, SMR, 수소 등 친환경·재생에너지 관련 미래먹거리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트럼프의 친환경 정책 폐지로 친환경·재생에너지를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던 건설사는 해외시장 진출 등 사업 여건이 악화될 여지가 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트럼프가 공언한 것처럼 진행된다면 미국 내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발주가 줄어들 것”이지만 “청정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대형원전·SMR(소형모듈원전) 등 다른 분야에서 나오는 기회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리스크가 없거나 적기를 기대하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대형사라도 해외 수주 비중이 크지 않은 일부 업체에선 기존 노선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도 있었다.
이에 건설사들의 화석연료 등 전통 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미래먹거리 발굴을 위한 사업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 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투자의 감소로 중동에서의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친환경 정책 폐기와 연관해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화석연료 생산이 확대되면 중동에서 원유를 감산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박리다매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중동 국가가 점진적으로 늘려가던 친환경 투자가 줄어들며 관련 발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미국뿐 아니라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도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손 실장은 그러면서 “건설사들이 기존 전략을 이어가면서 정책 동향에 따라 조금씩 조정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 “국내 건설사가 주목하는 신사업 가운데 이번 미국 대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원전 사업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용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yk_1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