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격동의 2024년을 역대 최고치로 마감했다. 30일(현지시각)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86.62포인트(0.96%) 하락한 39,894.54를 기록했지만, 연간 상승률은 19%를 기록하며 1989년의 이전 연말 최고치(38,915)를 경신했다.
2024년 일본 증시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변동성을 보였다. 7월 11일 닛케이지수는 장중 42,426.77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여름 후반에는 고점 대비 26% 이상 폭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특히 8월 5일에는 하루 만에 4,451.28포인트가 하락하며 1987년 블랙먼데이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동성의 주요 원인은 엔화 환율이었다. 일본은행(BOJ)의 우유부단한 통화정책으로 인해 엔화 가치가 크게 출렁였고, 이는 곧바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2024년 초 달러당 160엔을 넘어선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과도 연관이 깊다. 낮은 금리로 인해 투기세력들이 엔화를 차입해 달러 등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했다. 다만 7~8월에는 BOJ가 매파적 신호를 보내면서 이들의 급격한 포지션 전환이 시장 급락을 초래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디지털 인프라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였다. 후지쿠라와 후루카와전기 등 전기·광섬유 케이블 제조사들의 주가가 급등했으며, 특히 후루카와전기는 205%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테스트장비 업체 어드밴테스트도 97% 상승하며 호조를 보였다.
연말 들어 BOJ가 봄 노사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엔화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최근 달러당 158엔을 넘어서며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는 닛케이지수의 4만엔 돌파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2025년 증시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과 BOJ의 통화정책 변화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BOJ가 금리 인상 모드로 전환할 경우, 시장의 추가 변동성이 우려된다.
한편, 도쿄증권거래소는 전직 직원의 내부자 거래 혐의로 인해 예년과 달리 연말 인사회를 취소했다. 검찰이 전직 TSE 직원과 판사를 비공개 기업 공개매수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일본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통화정책의 영향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본 증시 강세의 핵심 동력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주주 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화정책의 영향력도 중요한 시사점으로 꼽힌다. 한 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것처럼, 원화 환율 변동이 한국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디지털 인프라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전기·광섬유 케이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강세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며 "한국도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