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꺾고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6일(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뉴욕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7만6493.86달러까지 급등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올해 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효과 등으로 지난 3월 7만3798달러까지 급등한 뒤 그동안 7만 달러 이하에서 혼조세를 보여온 바 있다.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 시각으로 7일 오전 8시38분 현재 전일 대비 8.46% 급등한 7만5658.72달러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은 11.65% 급등한 2718.08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밈코인도 도지코인이 15% 이상 폭등한 것을 비롯해 일제히 급등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31.11% 폭등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도 13%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에 주목하는 한편, 트럼프가 선거기간 유세에서 밝혔듯이 향후 미국의 규제 환경이 암호화폐 산업에 더 우호적일 것이라는 데 베팅하면서 비트코인과 관련 주식이 동반 급등했다.
디파이낸스 ETF의 실비아 자브론스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출연해 "트럼프의 암호화폐 거래를 둘러싼 주제는 규제 완화, 장기 보유 자산과 당일 거래되는 자산에 대한 잠재적 세금 감면, 금융 기관 및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같은 정부 기관에 대한 의존도 감소, 위험 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과 암호화폐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경선 초반부터 자신을 친(親) 암호화폐 후보로 내세우며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바 있다. 그는 앞서 취임 100일 안에 암호화폐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미국 내에 ‘메이드 인 USA’ 비트코인 채굴을 장려하는 우호적인 규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전략적인 국가 비트코인 비축 시작과 업계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겐슬러 위원장이 미국 암호화폐 사업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집행을 통한 규제를 선택해 업계에 적대적인 인물로 자리잡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가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가장 중요한 선거로 인식돼 왔다.
앞서 지난 2012년, 2016년, 2020년 선거에서도 비트코인은 선거일 이후 90일 동안 각각 약 87%, 44%, 145%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선거가 있던 해에 비트코인 반감기가 속해 있어 암호화폐 공급량이 감소했던 것이 가격 상승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또한 그동안 선거 이후 비트코인 수익률이 연준의 정책 변화에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연준의 향후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또 다른 촉매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번스타인의 가우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는 내년에 비트코인이 2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