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폭발하면서 미국 주식, 달러, 채권 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뉴욕 주식 시장에서 대형주 중심의 벤치마크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2.50% 급등하며 올해 들어 48번째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친기업 성향의 성장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미국 달러화는 2020년 이후 주요 통화 대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1.67% 급등하며 105.10에 장 후반 거래됐다. 달러 지수는 한때 105.44까지 치솟으며 지난 7월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국채 가격 급락)했다. 기준물인 만기 10년 미국 국채 수익률은 한때 20bp(1bp=0.01%포인트) 오른 4.488%까지 오른 뒤 후반 4.43%에 거래됐다.
트럼프가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가상화폐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에 편승한 비트코인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7만6000달러를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공화당이 미국 상원에서 다수당을 다시 차지하며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Red Sweep)'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 경우 채권 수익률이 추가로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더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재무학 교수는 CNBC에 출연해 "공화당이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채권시장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시장은 트럼프가 모든 감세안을 시행할 것을 우려할 전망이고, 채권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백악관에 이어 의회도 장악할 경우 감세와 관세 인상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재정 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나카 마츠자와 수석 거시경제 전략가는 "레드 스윕이 현실화하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5% 이상으로 치솟고, 엔달러 환율은 155엔을 웃돌 것"이라면서 "자산 가격은 이미 레드 스윕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햇다.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선거 유세에서 재정 규율을 약속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정부가 급증하는 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래퍼 탱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바이런 앤더슨 채권 책임자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적용되면서 수익률 곡선 전반에 걸쳐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채권을 매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시장이 트럼프의 승리와 공화당 싹쓸이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달에만 50bp 급등하며 2022년 9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 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이제 7일로 다가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무관하게 연준이 이달 회의에서 기준 금리 목표 범위를 25bp 인하할 것으로 널리 예상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