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경제 위기와 사회 불안정이 지속되면 군중은 힘 있는 리더를 갈망한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이 딱 그러한 상황이고, 미국인은 제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를 택했다.
트럼프 후보는 개표 시작부터 시종일관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과 민주당 텃밭의 선거인단 득표는 큰 변화가 없었고 애초부터 경합주 7곳(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이 승부처로 예상됐다.
미국 대선은 전미 50주와 수도 워싱턴에 할당된 총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획득 수를 겨루는 간접선거 형태로 진행되며 과반수인 270명을 얻은 후보가 승자가 된다. 일부의 주를 제외하고, 최다 득표자가 그 주의 선거인을 모두 획득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경합주 7곳의 선거인단 수는 93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약 17.28%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경합주에서 이기는 자가 제47대 대통령이 될 것이 명확했다.
그러나 개표가 진행될수록 트럼프의 우세가 뚜렷해졌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조지아에서 일찌감치 트럼프의 승리를 확정 지었다. 사실상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아직 개표가 채 끝나기 전인 6일 오전 2시27분쯤(현지 시간) 트럼프 후보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컨벤션센터에 등장해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했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두고 "이 나라가 치유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일 여러분을 위해 싸울 것" "미국의 황금기를 열겠다"고 강조, 지지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트럼프는 1892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연임이 아닌 2선 대통령이 됐다.
한편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미국 상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미국 상원은 민주당이 48석과 무소속 3석 연대를 통해 51석을, 그리고 공화당이 49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6일 공화당이 민주당 의석 2석을 가져오고, 민주당의 도전을 받던 2곳을 지키는 데 성공하면서 다수당 지위를 확정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앤디 김은 한국계 최초로 미국 상원에 처음 입성하게 됐다.
얼핏 싱겁게 끝난 듯하지만 유세 기간 도중 극적인 사건이 두 차례 있었다. 지난 7월 13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의 버틀러 농장 박람회장에서 트럼프 후보가 유세 연설을 하던 도중 총성이 울려 퍼졌고, 트럼프 후보의 귀에서 피가 흘렀다. 누군가가 암살을 시도한 상황이고 순식간에 유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지만, 트럼프 후보는 자신을 에워싸는 경호원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주먹을 쥔 손을 치켜들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 장면을 마침 현장에 있던 에번 부치 AP 기자가 촬영했고 나부끼는 성조기 아래서 당당하게 환호하는 트럼프의 모습은 단숨에 트럼프 지지율을 크게 상승시켰다.
암살을 시도했던 이는 경호팀 저격수의 사격으로 현장에서 사살됐다.
7월의 암살 시도가 있은 후 2개월 뒤인 9월 15일(현지 시간), 이번에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West Palm Beach)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Trump International Golf Club)에서 암살 미수가 발생했다. 당시 암살을 시도한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는 골프를 치는 트럼프를 향해 울타리 너머로 AK-47 스타일 소총을 겨누다가 비밀경호국 요원에게 발견돼 체포됐다. 그때 소총과 트럼프 후보 사이의 거리는 300m에 불과했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은 더욱 단단하게 뭉치게 됐고, 그것이 결국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승부를 가른 듯하다.
트럼프 후보는 앞서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리 겐슬러 연방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친가상자산 인사를 그 자리에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 "가상자산 대통령(크립토 프레지던트)"가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후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은 급등했다. 특히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으며 주요 가상자산 모두 두 자릿수 상승을 나타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